서해안 최고의 차박 성지?..무색해진 캠핑 금지 안내판 
“국가어항 예정 부지·수도 시설 무단 사용..강력 대응 필요”

“지난 주말 실치회도 맛보고 바다 구경을 하려고 장고항을 찾았다. 그러나 실치는커녕 바다 구경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주차장은 캠핑카로 가득했고, 길가에 아무렇게나 주차된 차량들로 장고항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차라리 캠핑족만 있을 수 있는 주차장을 따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김모 씨(읍내동)”

[당진신문=김진아 PD] 풍부한 어장과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당진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장고항이 최근 몰려드는 캠핑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3월 29일 찾은 장고항은 평일 낮이라서인지 수산물유통센터와 일대에는 따뜻한 봄바람과 맑은 하늘로 어느 때보다 여유로웠다. 하지만 ‘캠핑카(카라반) 장기주차·텐트 설치금지’라고 곳곳에 부착된 안내판이 무색하게 바다가 잘 보이는 위치에는 어김없이 캠핑카와 텐트들이 자리했다. 

실제로 캠핑 전문 블로거는 자신의 SNS에 “서해안 최고의 차박 성지가 탄생한 것 같습니다! 주차료가 무료이며, 24시간 사용가능한 화장실과 각종 관광지가 근처에 있다”며 장고항을 최고의 캠핑 장소로 소개하며, “주차장이 너무 넓어 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으니 괜찮을 듯합니다. 차박이 금지당하지 않도록 차박 매너를 잘 지킵시다”라는 모순된 말을 덧붙였다. 

이처럼 공짜로 시설을 이용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고항을 향한 캠핑족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 상황.

당진 장고항 시설 부지를 무단 점거하고 있는 캠핑카와 차박 차량. 골재가 깔린 곳은 주차장이 아니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당진 장고항 시설 부지를 무단 점거하고 있는 캠핑카와 차박 차량. 골재가 깔린 곳은 주차장이 아니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이런 상황에 김기용 장고항 어촌계장은 “그나마 평일에는 여유가 있다. 그런데 금요일부터 캠핑카와 캠핑족들이 이곳에 오는데, 400대까지 온다”며 “그러니 정작 요즘같은 실치철에 장고항을 찾는 방문객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 했다.

이어 “캠핑족들이 버리는 쓰레기 양도 만만치 않다. 예전에는 쓰레기 차량으로 한 두 대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5대가 필요할 만큼 쓰레기가 늘었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끝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축제 대신 분위기라도 내보려고 엿장수 공연팀을 섭외했는데, 캠핑족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지를 않나, 상인들이 돈내고 사용하는 화장실 물을 끌어다가 막 쓰지를 않나.. 어느 순간부터 주객이 전도됐다”면서 “우리가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다. 시에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관광지도 주차장도 아닌 ‘어획시설부지’

이처럼 장고항 주민과 관광객들의 민원과 불편 호소가 이어지면서, 당진시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진시에 따르면 현재 캠핑카와 차량이 주차하고 있는 골재가 깔린 공간은 주차장 토지가 아니다. 주차선이 그려진 곳만 임시주차장이며, 골재가 깔린 곳은 어민들을 위한 시설이 들어설 공간이다. 하지만 관리주체가 아직 당진시로 넘어오지 않아 당진시에서는 단속을 강력하게 할 수가 없다.

당진 장고항 시설 부지를 무단 점거하고 있는 캠핑카와 차박 차량. 골재가 깔린 곳은 주차장이 아니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당진 장고항 시설 부지를 무단 점거하고 있는 캠핑카와 차박 차량. 골재가 깔린 곳은 주차장이 아니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당진시 항만수산과 관계자는 “공유수면에 매립한 땅에 국가어항시설이 들어설 예정인데, 아직 토지 등재와 관리 주체 변동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며 “시설이 완성되기까지 어민들이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길어 시설 부지 한 켠에 임시로 어민들의 생업을 위한 매장과 주차장을 설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어항 공사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방문객을 통제하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캠핑을 즐기러 오는 분들이 많아져 버린 상황”이라며 “국가 땅을 오지 말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당진시시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수산물유통센터 개장을 앞두고 임시공영화장실을 새로 짓는 대신 유통센터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상인들이 지불하기로 했었다”면서 “그러나 캠핑족들이 화장실 비품 등을 함부로 사용하고 캠핑에 필요한 물을 마음껏 쓰면서 문제가 커졌다. 수도요금 문제에 대해서도 상인회 측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바다 앞에 난간을 설치하면 배에서 수산물을 내리는 작업에 방해가 된다. 이곳은 수산물 양육시설로 어민들을 위한 공간”이라며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만한 인력과 예산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난감해 했다.

한편, 당진시는 최근에는 차박 등 해당 부지를 관리할 인력을 두 명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경찰, 주민들과 협력해 현재 인력과 예산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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