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앞두고 2월 27일 당진지역 한 교회에서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선정하여 격려하고 장학금을 전달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새학기를 앞두고 2월 27일 당진지역 한 교회에서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선정하여 격려하고 장학금을 전달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전국지역신문협회=전미해 기자] 2월 25일 아침 일찍 신문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들어본 사연이 이렇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음색으로 노래를 잘하고 좋아해 성악을 공부해서 이탈리아 테너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같은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는 것이 꿈인 29세 청년(당진)이 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세상을 등져 버린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원망할 사이도 없이 경제적 능력이 없다시피 한 홀어머니와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던 그에게 대학을 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에 불과했습니다.

학력이 낮은 그에게 돈 많이 주는 기업에서 일을 하게 해줄 리 없습니다. 마트에서 카트를 정리하거나 아르바이트로 생활고를 견디면서도 이 청년은 한 가닥 꿈을 놓지 않았습니다. “제가 성악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새벽마다 공부하고 싶은 소망을 품어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눈앞에 놓인 현실이 참담했기에 말 그대로 꿈에 불과하다 여기며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 청년에게 원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지난 주는 전국에 있는 각 대학마다 추가모집 기간이었습니다. 이 청년에게 그토록 원하던 성악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린 것입니다. 그런데 합격 소식에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다음날 당장 수백만 원의 거액을 입학금으로 내지 않으면 합격이 취소되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고자 하는 열망을 품은 이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신문사에서도, 교회에서도, 주변 어른들도 이렇게 저렇게 이 기관, 저 기관 알아보지만 공식적인 장학금 지급은 언제나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립니다.

이 청년을 지도하는 담임목사로부터 어려운 형편과 공부하고자 하는 청년의 꿈을 산 학교 측에서도 장학금을 만들어 보기로 하지만 지급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이렇게 청년의 꿈은 좌초되는가 싶었지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먼저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신문사에서 백만 원을 준비하고, 그저 몇 통의 도움을 줄 수 있을 만 한 몇몇 사람들에게 십시일반의 정성을 모아주십사 부탁하는 전화를 걸었을 뿐인데 아비 된 마음으로 누군가는 50만 원을, 어미 된 마음을 품은 가정주부도 반찬값을 아끼기로 하고 15만원을 내놓습니다.

청년의 꿈을 응원하는 일은 지역도 넘어서는 것을 보았습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밤 11시가 되어서야 업무가 끝나는 고된 일을 하면서 번 돈 35만 원을 보내오고, 다음 달 생활비를 절약하기로 하고 50만 원을 더 보내온 것도 부족해서 또 50만 원을 더 빌릴 수 있었다면서 보내왔습니다. 지역의 한 복지관장님도 힘을 보태고 이 청년을 지도하고 응원하는 목사님도 어렵지만 기꺼이 힘을 보탰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십시일반의 정성이 꿈을 꾸고 소망을 품는 것조차도 사치라 여겨질 만큼 가난한 한 청년의 꿈을 싹 틔웠습니다.

어찌 보면 앞으로도 넘어야 할 수많은 산이 이 청년의 꿈을 가로막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혼자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응원해 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두 주먹 불끈 쥐고 또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청년들의 꿈을 사는 일, 그 일을 우리 어른들이 더 열심히 해내는, 참 따뜻한 우리 지역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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