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 전국농민회총연맹 당진시농민회장

김희봉 전국농민회총연맹 당진시농민회장 ⓒ당진신문
김희봉 전국농민회총연맹 당진시농민회장 ⓒ당진신문

농촌이 파괴되어 정체성을 잃고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농민들은 물론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느끼는 농촌의 현실이다. 그런데 정작 무엇이 파괴되고 소멸된 것인지 농민들조차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나 지방정부도 농촌의 소멸 운운하면서 또 다른 농촌도시의 소멸을 가져올 메가시티 건설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즉 소멸이 파괴인 것을 정치꾼이나 먹물들은 그럴 듯하게 소멸이라 칭하며 피해당사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6~70년대에는 산업발전을 위해 농촌의 젊은 노동자를 싹쓸이 해갔고 8~90년대에는 수출기업을 위해 농축수산물 수입개방을 하였고, 2000년대 이후에는 농촌에 공해시설을 옮겨놓았다. 

이 모든 정책들이 재벌과 가진자를 위한 정책으로 지금도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며 사회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야만적인 정책을 위정자들과 재벌기업들이 유착해서 부를 축적했으니 수출과 환경파괴로 돈을 번 자들이 소멸직전에 놓여있는 농촌을 책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달 당진시농민회가 벼 수매가 인상요구 투쟁을 준비하며 전국의 쌀값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즉 서울 마트에서 철원군의 오대쌀과 당진시의 해나루쌀 판매가격차로써 철원군의 오대쌀은 20kg에 98000원인데 당진시해나루쌀은 75000원이었다. 당진쌀이 철원 쌀보다 23000원이 싸게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곧 브랜드 가치만큼 차이인데 브랜드를 구성하는 요건중에 경기미 충청미 호남미의 지명브랜드 가치 중심이다가 최근에는 미세먼지, 가습기사건, 라돈침대등 대형 환경사고가 터지면서 도시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친환경브랜드가 뜨고 있는 것이다. 

당진 해나루쌀이 철원 오대쌀보다 23000원 싸게 팔리고 있는 원인도 당진지역의 공해물질 배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임이 어찌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해 온 농민에게만 있다고 탓 할 수 있는가? 

필자는 몇 년 전 현대제철의 오염물질 배출사고 당시 안동일 사장의 초청으로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찾아갔을 때 안사장이 직접 당진지역 농산물을 전시해놓고 홍보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 고맙다기 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건 이 농산물을 보는 인사들이 현대제철에서 배출하는 각종 오염물질을 생각해 당진 농산물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보다 앞서서 제철소 주변 마을에서 배추속 쇳가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필자 자신이 배추김치 먹을 때 마다 쇳가루가 떠올라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지역의 환경파괴로 당진농산물에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 기업으로 동서발전을 빼 놓을 수 없다. 

우선 600만kw 시설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물질로 인한 농민들의 질병발생 위험과 농축수산물 오염에 따른 질병피해는 물론 농작물의 이미지 훼손으로 경제적 손실 또한 적다고 할 수 없다. 

이 밖에도 두 곳의 대형 산업폐기물처리장과 환영철강과 대한전선은 물론 크고 작은 오염물질 배출 기업들의 책임이 23000원 쌀값 차이 속에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수십년간 피해를 당하며 참고 살아왔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이 당진시농민회를 비롯한 농민들의 생각이다. 

몇 년전 대통령 후보자는 물론 국회의원후보자까지 나서서 수출기업들로부터 무역이득 공유세를 신설해 농축산물 수입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농민들을 지원한다고 공약했지만 헛공약이 되고 말았다. 

기업들에게 자발적으로 무역이득금을 출연하라고 권고했지만 농민보다 욕심이 수백배 많은 부자기업들이 순순히 내놓을 리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다. 이제 당진시 농민들은 당진시 관내 기업들에게 농촌의 공동체를 파괴하며 공장 짓고 환경을 파괴시키며 생산해서 농민피해 감수하며 제품수출로 돈 벌었으니 이제는 책임 질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지면을 통해 통고하는 바다. 이제는 기업이 농민과 농축산물을 보호하고 살맛나는 농촌을 만들어갈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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