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경 마을교육공동체/어울림협동조합 대표

한은경 마을교육공동체/어울림협동조합 대표 ⓒ당진신문
한은경 마을교육공동체/어울림협동조합 대표 ⓒ당진신문

당진신문을 보다가 자극적 제목에 끌려 기사를 읽었다.

12월 27일자 ‘동생 낳아 달라 떼쓰면 인구 증가? 황당한 당진시 인구정책’이란 기사인데 당진시 인구가 6년간 변화가 없고 소폭으로 줄어드는 현실에서 내년 인구정책으로 유아의 인식개선을 통해 인구를 증가하고 인구 유출을 막겠다는 사업계획으로 유아 대상 인구교육 전문 강사를 양성하여 유아들에게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태어날 동생과 어떻게 놀아줄지, 아이들의 시선으로 동생은 어떻게 성장하는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당진시는 2022년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유아 대상 인구교육 전문강사 양성과 홍보를 위한 예산안을 올렸지만 시의회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이라 비판하며 전액 삭감시켰다는 내용이다. 아이가 있는 부모에게 유아를 이용해 동생을 낳아달라고 떼를 써서 인구를 늘리겠다는 발상인데 당진시의 저출산 정책이 참으로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이라 놀랍기까지 하였다. 

언론에서는 저출산이 문제라면서 고령사회가 되면 청년1명이 노인1명을 부양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될 거라면서 시급히 저출산을 극복할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호들갑이다. 우리나라는 0.84명이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당진시도 지난 3년간 950억의 예산을 저출산 정책에 투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이 가임기 여성에게 한정적으로 지원하는 단기적 사업에 치중되었다는 평가다. 

가임기 여성에 한정된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다. 가임기 여성과 남성 중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 미혼의 청년이 증가하고 있으며 결혼을 했어도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으며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할까? 

요즘 청년들은 부모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진 세대라고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직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고 기르면서 늙어가는, 이미 전세대가 만들어 놓은 생애주기를 안정적으로 따라 살 수 없는 세대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청년 중 절반 가까이는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싶어도 안정적 직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생애 첫 취업을 하기까지 3년 이상 걸리는 청년들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 주거환경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청년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적은 돈으로도 집을 구할 수 있는 주택 정책이 마련되어야 포기했던 연애, 결혼, 출산을 꿈 꿀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한다고 출산으로 이어지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나는 결혼을 했으나 아이가 없다. 그런 나로서는 아이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른다. ‘아이가 아파서, 돌봄을 보내지 못해 일하기 어려웠다’라고 말하는 여성을 보면서 경멸의 눈초리를 보낸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요즘 엄마들과 만나 협동조합 일을 하면서 전업주부라는 말이 얼마나 여성에게 힘겨운 말인지 새삼 깨닫고 있는 중이다. 전업주부. 자신의 직업이 주부라는 말인데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가사 노동과 아이 돌봄을 사회적 가치로 인정해 주지 않으니 놀고 있는 여성일 뿐이다. 

출산과 함께 경력 단절 여성이 되어 버린 엄마. 일하고 싶지만 어린 아이를 맡기고 나서기가 힘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을 보면서 결혼과 출산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여성에게 선택의 문제로 다가서는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직장을 다니던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없어 경력 단절녀가 되는 현실, 주변의 도움이 거의 없는 독박 육아, 지나치게 높은 사교육비 등 여성이 아이를 낳기를 꺼려하거나 포기하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충분한 일자리,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출산을 원하는 이들에게 출산이 남녀 모두의 생애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행복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저출산 정책의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당진시의 출산 정책이 청년이 돌아와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며 살 수 있는 일자리와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일하고 싶은 엄마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고 일할 수 있는 그런 장기적이고 기본적인 정책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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