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 당진시의원

조상연 당진시의원
조상연 당진시의원

시청에는 소들섬 지키기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그곳엔 60여일 넘은 엄동설한에 텐트생활을 하고 있는 시민이 있다. 정문 앞에는 당진시에 공공의료원을 요구하는 일인시위가 있다. 또 버스공용제 실시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과 행동이 예고되었다. 

이런 사태의 원인은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것이 더 공익에 부합하는가?를 결정할 주체가 당진시민의 합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결정을 지체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해결의 전권을 쥐고 있는 것이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은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시장은 갈등조정위원회, 정책자문위원회 등 여러 위원회를 만들고 급기야 고충민원조정관도 뽑아 민간인인 그가 중요 민원을 조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내린 시장의 최종 결정이 보다 공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것인가? 

우리는 시의원들이 엘리트이기를 바라나 누가 엘리트인지 모른다. 또 그들이 항상 중립적인 위치에서 모두를 위한 결정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라 하였는데 그들이 누구의 의견을 듣는지조차 알 수 없다. 

여론조사로 결정하면 될 것인가? 우린 사람들이 공익이 아니라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 심지어 종교적 신념과 진영논리로 선택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기타나 기권 속에는 여러 의미가 있고 그 속에 최선의 대안이 있을 수도 있다. 오히려 정보통신의 발달로 가짜뉴스로 인한 잘못된 선택이 대규모로 일어날 수도 있다.  

주민발안도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관심 없는 다수는 이익으로 뭉쳐있는 소수를 이길 수 없다. 이제 관련법의 제정으로 조례도 2,100여명만 서명하면 발안할 수 있게 되었다. 당진의 몇몇 아파트는 1000세대를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앞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맘만 먹으연 자신들의 특혜를 위한 조례도 발안할 수 있다. 선출직 시의원들은 한곳에 모여있는 유권자 2,000여명의 요구에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이렇게 세금으로 특정 집단에게 이익을 주는 조례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구성원 누구나 정보를 제공받고 절차에 따라 숙의와 토론을 통하여 합의를 해나가는 것만이 방법이다. 모집단의 구성과 유사하게 구성된 참여자들이 모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 받고 토론을 통해 대안을 선택해 나가는 제도를 공론장이라고 한다. 공론장을 통한 선택은 실제로 최선이거나 옳은 결정이 아닐지라도 합의된 최선이다. 

공론장은 상호 토론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 나감으로써 감정적인 결정을 막을 수 있다. 제 3의 대안도 찾을 수 있다. 찬반 이외의 제 3의 생각을 가진 사람도 발언하고 그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선택될 수 있다. 참여하는 구성원의 대표성을 강화하면 이익단체의 아전인수격인 대안을 막을 수도 있다. 

혹자들은 공론장이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제가 아니라 오히려 대의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의 대체제이다. 가장 좋은 것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제공된 정보를 통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하여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가 커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의민주주의를 운용하는 것 아닌가? 

공론장은 의회에 공론을 모아주는 제도다. 공론장의 운영은 공동체 내에 활발한 논의를 촉발한다. 공론장의 비용은 잘못된 결정으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 또 결정을 못하여서 생기는 비용에 비하면 약소하다. 민주주의 교육의 효과는 비용을 초라하게 할 것이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만일 긴급한 사항이 있어 시의회에서 의원발의를 통해 조례를 만든다면 5일이면 가능하다. 공론장은 차라리 신중한 결정을 통해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데 필요하다.

공익적인 결정을 요구하기 위해 시민이 자신의 목숨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거리에 나오는 것의 책임은 당진시의회와 당진시에게 있다. 민원실 앞의 천막, 일인시위, 민원, 서명운동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합의기구로써의 공론장의 구성하고 운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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