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규 충남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백순규 충남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당진신문
백순규 충남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당진신문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사례(판단) 30,905건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이 중 아동학행위자는 82.1%가 부모이며 9.5%가, 5.4%가 친인척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장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상처 받은 피해아동이 많아 더욱 안타까운 결과다.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길게는 20년 이상 민간단체에서 위탁운영하며, 아동학대 관련 업무에 전문성을 쌓아 왔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아동학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미비했다. 

특히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조사 진행 시 공권력이 없다보니 협박, 폭력, 민원 등에 노출되기 쉽다. 또한, 적은 인력으로 매년 급증하는 아동학대 사례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정부는 2019년 5월 혁신적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아동보호체계에 있어 국가의 책임을 높이고자 했다. 아동학대 조사체계의 공공화 중심개편을 통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배치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심층사례관리전담기관으로 전환하여 국민과 아동학대 업무관련 종사자에게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1월 1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현장중심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추진’과 3월 3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 이행계획 제2차 점검회의’ 그리고 8월 19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후 보도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안방안’ 내용에서 아동학대 현장 대응 인력의 이행력과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둔 정책과, 아동학대 전 과정에 걸친 다층적 예방․대응체계를 마련했고, 이행 현황을 점검해 오고 있다. 지자체 학대전담공무원 및 학대예방경찰관(APO) 인력증원과 근무여건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포함된 반면 상담원을 위한 지원 내용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필자가 근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6개 지역(계룡시, 공주시, 논산시, 금산군, 부여군, 서천군)을 관할하며 사례관리하고 있다. 2021년 10월 기준, 본 기관에서 1인당 관리하고 있는 사례관리수는 평균 78건으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제시하는 기준 1인당 32건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에 아동학대 대응력 제고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시·도 및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설치가 필요하다.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재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수는 75개소로 전국 226개 시·군·구의 33%수준에 그친다. 한편 2015년 대비 2020년 아동학대 판단 건수는 164%증가 하였고, 재학대발생 수는 196%증가한 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 수는 32% 증가하는데 그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둘째,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슈퍼비젼 체계, 교육훈련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신규/보수교육 시간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종사자에 대한 교육 훈련 방안이 부족하다. 사례관리 업무에 대한 슈퍼비젼과 교육훈련이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훈련체계, 전문슈퍼바이저 양성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근무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1월 19일(화)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아동학대 현장 대응 인력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을 명시했으나, 다년간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처우 개선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20년 상담원 이직률 34.4%, 평균 근속기간 3.3년 밖에 되지 않아 아동학대 대응력 제고를 위해 처우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도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주변에는 학대로 고통 받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많다. 앞으로 아동보호체계개편을 통해 아이들의 보호와 안전이 강화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나라기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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