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긴장감 여전한 당진 탑동사거리..“아이들 살려 달라” 
사고 긴장감 여전한 당진 탑동사거리..“아이들 살려 달라” 
  • 지나영 기자
  • 승인 2021.12.18 20:00
  • 호수 13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민·관 합동 대책회의..건의사항 6개 이행
교통섬 제거 등 핵심 건의는 장기 검토로 분류..“대안도 없어 답답”
16일 오전, 사고가 발생했던 지점에서 우회전을 시도하던 차량들간에 접촉사고가 발생해 경찰관들이 교통 지도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독자
16일 오전, 사고가 발생했던 지점에서 우회전을 시도하던 차량들간에 접촉사고가 발생해 경찰관들이 교통 지도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독자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16일 탑동초 등교 시간, 탑동초 인근 교통섬 우회전 도로에서 우회전을 시도하던 차량들이 뒤섞이며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11월 25일 초등학생이 트럭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도 채 안돼서다.

현장을 지켜본 탑동초 이지혜 운영위원장은 “사고가 났던 그 자리에서 우회 차량들끼리 사고가 있었다”면서 “더욱이 차량이 밀린다면서 경찰들이 사거리 신호등을 직접 조정했고, 그러다 갑자기 빨간불로 바뀌면서 아이들이 급히 건너는 일도 있었다. 정말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교통사고로 아이가 사망한 이후 탑동 사거리 인근에는 사고에 대한 긴장감이 여전하다. 탑동초 학부모들과 시민들은 오랫동안 탑동 사거리 신호등 체계와 과속 차량이 많다는 점에서 당진시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당진시는 예산 부족 혹은 전문가 자문 등을 이유로 안전 대책 마련에 무관심했었다.

하지만 11월 25일 초등학생이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 발생 이후 당진시는 뒤늦게서야 교통사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비난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민·관 합동 대책회의에서 김홍장 시장은 “탑동 사거리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사고였다.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유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또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당진시는 사고 직후 △탑동초 방향 LED 바닥신호등 설치(14일 설치, 점검 후 운영 예정) △탑동고가교 하부 불법 주정차 단속 △탑동사거리 과속방지턱 4개소 신설(12일 설치) △어린이보호구역 노면 표지 보수(12일 보수) △탑동교차로 신호주기 40초→60초 조정(3일) △탑동초 후문 신호기 운영(10일 운영 완료) 등 학부모와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건의사항에 총 4,176만원을 즉시 투입해  완료했다.

이 외에 당진천 인도교 미끄럼방지시설은 올해 안에 55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할 예정이며, 옐로우카펫 보수는 내년에 1,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업 예정지를 대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탑동 교차로 보행자 알리미는 내년 상반기 중에, 그리고 사거리 과속단속카메라는 국도비 지원 사업과 연계해 내년 6월 중 완료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당진시학부모협의회 오미숙 회장은 “즉각 조치된 6개 사업은 사실 민원으로 계속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난 뒤에 개선됐다. 이는 전에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라며 당진시 행정에 씁쓸함을 드러냈다.

“검토 해야”..기약 없는 장기 검토

당진시가 나름대로 해결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정작 중요한 사업들은 절차이행을 이유로 여전히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열린 회의에서 당진시는 교통섬 제거와 탑동사거리 X형 지하보도 설치 또는 탑동고가교 철거에 대해 “도로교통공단 기술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장기검토 과제로 분류했다. 덤프트럭 운행 제한 역시 “우회도로와 연계해 장기 검토 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우회도로 건설은 현재 실시설계 중으로 언제 완공될지 알 수 조차 없는 상황.

이 외에 당진시는 △인도교 비가림 지붕 설치 추진(2022년 교량유지보수 추경예산 확보 추진) △보행자 확인 반사경 설치(도로교통공단 자문 통해 설치) △탑동교 밑 보행통로에 차량 진입금지 위한 볼라드 설치(우두동 주민들 홍보 및 건설과 협의) △탑동초 급식실 인근 도로 폐지(우두동 및 통행자 의견 필요) △어필 문구점 앞 보도 한전주 가로등 분전반 이설(한전과 별도 협의 후 추진 예정) 등을 중기 계획(2023년 이후)으로 분류했다.

탑동초 이지혜 운영위원장은 학부모 대표로 김홍장 당진시장에게 학부모 서명지 원본을 전달하면서, “아이들을 살려달라”며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트렸다.
탑동초 이지혜 운영위원장은 학부모 대표로 김홍장 당진시장에게 학부모 서명지 원본을 전달하면서, “아이들을 살려달라”며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트렸다.

이에 이지혜 탑동초 운영위원장은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가 끊기면 교통섬에 수십명의 아이들이 서 있게 된다. 사고라도 발생하면 많은 아이들을 차로 칠 수 밖에 없는 곳”이라며 “어른들은 아이들의 교통 의식을 높이라고 하는데, 아이들만큼 교육을 받고 잘 지키는 사람은 없다”며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당진시어울림여성회 오윤희 회장은 “검토 결과를 보면 장기 검토로 적힌 것이 몇 개 있는데, 시일이 정해지지 않았고, 그 안에 어떤 대책도 없다. 정해진 절차를 지키려면 아이들 안전을 지키기는 어렵다”며 “교통섬 제거라던지 트럭 이용 자제 등이 장기대책이라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인력 배치라도 해야 한다. 그동안 사거리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학부모와 시민들이 자신들의 시간을 할애해서 아이들의 교통지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탑동초 박영수 교감은 “사고가 난 우회전 도로는 누가 운전을 해도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설계”라며 “교통섬 제거가 우선이지만, 시야확보도 중요한 만큼 무조건 용역을 맡겨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도로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는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당진중학교 운영위원회 김진숙 위원장은 “인천 송도에서 큰 덤프트럭 운행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한 사례도 있는 만큼, 이런 제도적인 것을 검토해서 당진시에도 최소한 아이들이 통학하는 시간에는 제한하는 것 등을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문구점과 낚시가게 앞 도로에는 차량이 주차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길에서 주차를 하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김홍장 시장은 “교통섬 제거에 대해 해당부서에서는 장기 검토라고 단순히 말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시 학부모에게 설명을 드려야 한다”며 도로과에 지시하는 한편 “탑동 사거리 교통 체증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도로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런 부분에서 장기검토라고 한 것 같다. 빠른 논의를 해서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문구점과 낚시 매장 앞 토지 매각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매입 계획을 수립해서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시민 안전에 있어서 행정에서 모두 책임을 갖고 개선해 나가도록 할 것이며, 장기검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학부모님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아이들의 생각을 담아서 당진시의 교통안전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탑동초 이지혜 운영위원장은 학부모 대표로 김홍장 당진시장에게 학부모 서명지 원본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이지혜 위원장은 김홍장 시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살려달라”며 울음을 터뜨리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