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아!”
“오빠, 하늘나라에서는 다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요!”
“친구야, 우리 하늘나라에서 만나자! 네가 드럼 치는 것을 보고 싶어!”
“어린 나이에 날개도 펼쳐보지 못하고 먼저 갔구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전국지역신문협회=전미혜 기자] 29일 월요일 새벽 다시 찾아본 교통사고 현장에는 어느 날 갑자기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체 황망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아이의 상황을 대변이라도 하듯 차디찬 바람에 힘없이 고개 떨구어가는 꽃송이들이 처연하기만 합니다.

찬 서리에 젖고 눈물에 젖은 쪽지들이 누군가 애도하며 함께 꽃아 놓은 꽃송이들과 함께 빛바래 갑니다. 어이없는 사고가 있던 25일 전날 밤, 바로 앞좌석에 앉아 어김없이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예배를 드리던 아이. 독실한 크리스천 가정에서 나고 자라 꼬마였을 때부터 새벽이든 밤이든 언제나 예배의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던 듬직한 아이였는데. 어린 나이에도 능숙하게 드럼을 치며 새벽을 깨워 기도하던 작은 두 손을 이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어머니, 초록불은 안전하다면서요?” 갑작스런 친구의 사고 소식에 따지듯이 물어오는 아이에게 초록불이어도 좌우를 살펴 차가 완전히 멈추었는지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겠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습니다. 초록신호등인 것을 확인하고 건넜음에도 멈추지 않고 차량을 진행한 운전자의 과실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사고이다 보니 책임이 있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평상시 자가로 출퇴근 하는 몇몇 어른에게 물었는데 아직도 초록불이든 빨간불이든 보행자가 없으면 우회하는 차량은 천천히 진행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운전자가 적지 않습니다.

2020년 11월부터 녹색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끼고 우회전하는 차는 단속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를 아직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이전에 해오던 습관대로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을 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교통 규정에서는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가장 중요합니다. 전방에 적색신호, 횡단보도에는 녹색신호가 들어온 경우 우회전을 진행하면 교통 위반입니다. 또 보행자가 횡단보도로 건너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정지하지 않고 주행하는 경우도 위반입니다. 법을 만들고 단속을 하고 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교통규칙을 어겨대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행동이 초록불은 안전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이 곳은 초등학교가 바로 근접하고 있어서 어린 학생들의 이동이 잦은 곳이지만 사고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는 사각지대여서 보행자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는 큰 덤프트럭이 사방에서 질주하고, 제법 큰 사거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사고가 났던 그 자리를 제외하고는 세 곳 다 비보호 도로를 건너야 합니다.

이 사거리를 건너 학교에 가야하는 어린 초등학생을 둔 어머니들은 불안해서 아이를 혼자 보낼 수 없습니다. 등하교 시간 교통 지도하는 어머니들도 있고 경찰도 있지만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부모들은 애를 써보지만 24시간 이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지켜줄 수가 없습니다. 이번 사고가 난 시간도 교통지도를 해주는 사람이 전혀 없는 시간대였습니다.

어른인 나도 시내를 가기 위해 비보호 도로를 건널 때 마다 배려하지 않고 그것도 집어 삼킬 듯이 달려오는 차량들에 위협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번 사고지점은 그동안 꽤 잦은 사고에 그나마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시민들은 탑동사거리 신호등 체계에 문제가 있고, 과속 운행을 예방하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탑동초등학교 앞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은 되어있음에도 과속단속카메라 앞에서만 잠시 속도를 줄이는 비양심적인 행태의 과속 운전자에 대해 속수무책입니다.

이번 사고가 더 안타까운 것은 충분히 예견된 사고였고 막을 수 있는 사고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초록불은 안전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어린이들의 믿음이 깨어지지 않도록 당진시와 당진경찰서, 그리고 우리 어른들 모두가 나서서 각성할 뿐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하루빨리 내놓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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