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대부분 공무원…전문가 초청 강연회로 전락

다음해 예산편성에 앞서 편성방향에 대한 군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예산편성방향 정책토론회’가 군민은 실종된 채 외부 전문가를 초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당진군은 지난 달 28일 농업기술센터 농원관에서 ‘2009년도 군민이 참여하는 예산편성방향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민종기 군수와 공무원 100여명, 그리고 소수의 군민들만 얼굴을 보였을 뿐, 당진 군의원들은 단 한명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토론회는 손인옥 기획감사실장이 기조발표를 하고 6명의 발표자가 행정, 복지, 농업, 경제, 문화, 환경 등의 부문별 주제발표를 한 후 방청석의 의견을 듣는 형식으로 2시간여 진행됐다.

참기 힘든 2시간 “졸려서 먼저 갑니다”

민종기 군수가 인사말을 끝내고 시작된 손인옥 실장의 ‘책읽기 식’ 기조발표가 시작되자마자 참석자 대부분이 눈을 감고 졸기 시작했다.


기조발표 이후에 마련된 주제발표는 분야별로 한서대학교 이상엽 교수, 신성대학 정주석 교수, 공주대학교 김창호 교수, 충남발전연구원 송두범 실장, 충남발전연구원 이인배 팀장, 공주대학교 윤준상 교수 등 6명이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형식적이고 무료한 시간이 계속됐다.


이를 참다못한 군민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하더니 발표가 끝날 즈음에는 공무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풍경이 연출됐다.


토론이 시작되자 공무원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고, 질의를 할 수 있는 군민들도 보이지 않았다.
토론회를 끝까지 참관했던 한 군민은 “이 토론회는 강연회를 연상시키듯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책을 읽어주는 수준”이었다“며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진정한 정책토론회가 아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군의원도 실종된 ‘형식적인 토론회’

예산편성방향 정책토론회는 ‘군민이 참여하는’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음에도 예년과 다름없는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전락하고 있다.


매년 형식적인 토론회라는 것을 반증하듯 당진군의원들 역시 지난 달 27일~28일 이틀간 열린 2008년도 제2차 정례회 대비 충남시군의회의원 의정연수에 참가하느라, 28일에 열린 토론회에는 단 한명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당진시민단체 관계자는 “단 한명의 군의원 얼굴도 볼 수 없는 형식적인 토론회 어디에도 군민이 참여할 여지는 없었다”며 “주제발표에 나선 6명의 발표자들도 군민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날 토론회 이후 예산편성을 하는 과정에서 군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다른 어떤 장치가 준비되어 있지도 않다”며 “그런데도 사회자 이상엽 교수(한서대학교)는 194명만이 참여한 인터넷을 통한 주민의견 결과만을 보고 ‘주민참여예산이 잘되는 지자체 중 하나’라고 거론한 것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보부족“참여예산 의지는 있는가?”

194명이 참여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4%인 29명이 군살림살이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했으며 60%인 117명이 조금 아는 정도라고 응답했다.
이날 군에서도 앞으로 군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과 군민과 함께 재정운영을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토론 후 가진 질의응답시간에 유일한 질문이었던 환경연합단체 관계자의 “2004년 이후 4년 동안 주민참여형 예산편성 운영조례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이유가 무엇이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라는 질의에 손인옥 실장은 “전국적으로 봐도 아직까지 조례가 마련된 곳은 얼마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조례제정 시 장단점이 있고 제도상에도 문제가 있어 고심중이다. 앞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예산편성 정책토론회는 정작 당진군 예산을 어디에 써야할지 의견을 제시할 당진시민단체 및 지역주민은 배제됐다”며 “외부 인사들을 불러놓고 당진군 예산 편성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의견을 듣는 자리를 군민이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정윤성 기자 psychoj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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