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김정아 시민기자] 신평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그림책 작가가 있다. 자신을 ‘지금도 꿈을 꾸는 사람’으로 설명하는 한선예 작가. 당진에서는 기지시줄다리기를 소재로 다룬 동화 '모두모두 의여차'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첫 번째 동화 ‘도깨비귀’다.

장애유아와 비장애유아가 함께 어울리는 어린이집 교사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도깨비귀’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그림책 작가, 어떻게 되었나요?

초중고 시절을 되돌아보면 그림이 좋아서 동아리에 들어갈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림보다는 글에 더 소질을 보였죠. 좋은 기억을 가지고 당연한 듯 국문학과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매진할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많이 달랐어요. 그렇게 국문과를 포기하고 유아교육학과로 다시 입학하게 됐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는 어린이집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어요. 그 어린이집은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운영되는 곳이었어요. 장애인 어린이와 비장애인 어린이가 서로 돕고 함께 어울리며 성장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봤죠. 그 이야기를 담아 낸 동화가 ‘도깨비귀’였어요.

Q.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은?

아직은 작가라기 보다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책방지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때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얼굴을 보여줘요. 그 모습을 보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행복해요.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친구들이 “말 좀 해봐”라고 할 정도로 소심하고 내성적이었죠. 그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할만큼 아이들은 저를 행복하게 해 줘요.

Q. 책방을 혼자 운영하면 일이 많을텐데 어려운 점은?

사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 동안 이곳 유치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책방을 병행했어요. 어려웠죠. 지나가는 학부모님들의 문의 전화도 많이 왔지만 책방 문을 열기는 힘들었어요. 결국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과감히 퇴직하고 책방에만 전념했어요. 아쉽게도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서 인원수 제한을 두고, 책방 예약제를 운영하고 있어요. 많은 수는 아니지만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과 그림책읽기 모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그림책작가는 어떤 소양이 필요한가요?

작가에게는 모든 경험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쓴 ‘도깨비 귀’는 장애통합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고요. ‘뜰에 뜰에 풀 풀’은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생활을 하면서 신입원아 적응을 다룬 겁니다. ‘모두모두 의여차’는 당진에 와서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에 해마다 참여하면서 느꼈던 것을 소재로 썼습니다. 

Q 그림책 작가로서 진로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저는 처음 국문학과 다니면서 제 길이 아닌 것을 학교 생활 두 달만에 깨달았어요. 당시에 집에 있던 중고등학교 시절 평가를 꺼내 보게 되었죠. 저의 장례희망이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작성된 걸 보고 ‘아! 내가 가고 싶던 길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든거죠. 교사생활을 하다가 그림책 글 작가가 되었어요. 저처럼 진로는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조금 늦게 발견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찾았다면 시도해 보세요.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지내왔던 것처럼 지역사회에 소외된 아동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꿈 꿀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지역에서 손길이 닿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 조손가정 아이들 그리고 한부모가정 아이들까지 모두모두 소외되지 않도록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성인들의 마음도 치유하고 싶어요. 대부분 부모님들은 자녀가 자라면 그림책을 읽을 기회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 교사, 그리고 어르신들께 그림책을 읽어드리고 싶어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책읽기로 마음을 치유할 수있는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지금까지는 대부분 비장애인 분들께 책을 읽어드렸으나 이제는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께도 제 목소리로 녹음하여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제가 당진 이 곳에서 진짜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작년에 제가 사실은 <꿈>이라는 출판사를 등록하고 시작하였습니다. 그림책작가를 꿈꾸는 당진에 살고 있는 아이들(또는 성인들)과 함께 예쁜 그림책을 빠른 시일내에 출판하고 싶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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