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자 작가, 책장 가득 채운 그림책 보며 이야기 나누는 공간 열어
“아이 뿐 아니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그림책, 많이 알리고 싶어”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송악읍 월곡리 조용한 마을의 ‘그림책꽃밭’에서 어른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그림책을 읽는 김미자 작가를 바라보는 엄마들의 눈빛에는 육아에서 잠시 벗어난 자유로움의 기쁨이 가득하다. 눈에 눈물이 고이는 엄마들도 간혹 있다. 한참 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눈 엄마들은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꽃밭을 나서며 다음에 또 만나기를 약속한다.

그림책꽃밭의 김미자 작가는 하람어린이집 한정선 원장과의 인연을 계기로 장애아의 어머니들에게 그림책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전하고 있다.

“아무래도 장애아를 키우면 엄마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어머니들과 주기적으로 만나서 그림책을 읽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눴죠. 주로 엄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을 추천해줬고, 엄마들은 잠시나마 ‘나’라는 존재의 이유와 삶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코로나19로 요즘은 만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워요”

그림책은 아이들의 읽을거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어른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누구나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내용의 그림책이 많다. 

그래서 김미자 작가는 아이와 어른들에게 그림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서울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던 저는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웠었고,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우면 늘 베란다에 갔어요. 점차 키우는 식물이 늘어나면서 베란다는 좁아졌고, 문득 도서관 같은 서점을 운영하고 싶던 옛 바람이 다시 생겼죠. 그래서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19년 당진에서 꽃과 정원이 있고 그림책으로 가득한 그림책꽃밭을 열었어요”

그림책꽃밭을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책으로 마음의 위안과 독서의 마중물 기회를 만들고 있는 김미자 작가. 또한 책을 소개하고, 때로는 직접 읽어주며 사람들과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중에서 지난해 어느날 어르신과 따님이 여기를 찾아오셨는데, 그날은 쉬는 날이었어요. 그때 하던 일이 있었는데 멀리서 오신 분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들어오시라고 하고, 어르신이 좋아할만한 책 한권을 꺼내 읽어드렸어요. 책을 다 읽은 어르신이 자신의 이야기라며 한참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날은 보람 있는 휴일이었어요”

낯선 도시 당진에서 사람들과 그림책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것이 어느새 기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김미자 작가. 

김미자 작가는 앞으로 허영 중에 지적 허영은 건강한 것이라 여기며 앞으로 지역에 중·고등학생에게도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리고 싶다고. 또한 그림책을 통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며,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을 알릴 계획이다.

“혼자 그림책꽃밭을 이끌어가기는 어렵고, 현재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을 불러서 한 달에 한번 씩 음악회를 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코로나19로 당장 쉽지 않겠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저만의 문화사업을 통해 문화 향유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곳을 찾는 부모님과 아이가 단순히 책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나오는 수 많은 자연과 생명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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