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촌 공동체 지역아동센터(이하 예수촌 지역아동센터)는 당진읍 내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의 4층 건물 중 1층에 위치해 있었다.


바깥 유리창에 아기자기하게 ‘예수촌 공동체 지역아동센터’라고 붙여놓은 글씨들이 아동센터답게 눈길을 끌었다. 새로 지은 건물인지라 내부 시설은 깔끔했지만, 아이들의 학습을 위한 기자재나, 기타 물품들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다.

사무실에는 김선미 시설장과 사무원으로 일하는 사회복지사 한 분이 있었다. 김 시설장은 밝으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가정형편이 어렵고 상처 받았고,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이 이 곳에 와서 많이 개선되어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이 곳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는데, 자비로 영어교재를 사와서 가르치는 분, 자기 차량으로 차량 봉사하는 분 등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 연혁, 시설, 이용 아동, 직원

예수촌 지역아동센터는 당진동일교회의 부속기관으로 2007년 8월 비전스쿨 지역아동센터라는 이름으로 아동복지 시설로 인가를 받아 운영해 오다가 2007년 10월 현재의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직원은 김 시설장, 사회복지사, 사무장 이렇게 3명이다.


내부시설로는 교실 3칸, 사무실, 급식실이 있으며, 인가 정원은 49명인데 현재 39명이 있다.
“아이들은 항상 활동적이어서 통제하기 힘듭니다. 특히 장애아동도 7명이 있어 더욱 산만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45명까지만 받을 생각입니다”
김 시설장의 말은 이어졌다.


“보통 아동센터는 중·고등학생을 안 받습니다.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학업 난이도가 갑자기 높아져, 이에 맞는 선생님 봉사자를 찾기가 어렵지요. 그런데 작년 6학년이었던 아이들이 자꾸 오게 해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았습니다. 다행히 올 7월부터 현대제철에서 야학 봉사팀이 일주일에 3번 국·영·수 중심으로 가르쳐 주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 운영해 온 과정

예수촌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 온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작년에 처음 시작할 때는 여름방학기간이었다.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상처가 많아 서로 물고, 뜯고, 싸웠다. 3개월 정도 지나자 훈련이 되어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 중 정신지체 아동들은 예절이나, 위생개념이 엉망이었고, 시설 내 뿐만 아니라 주변 건물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 통제가 어려웠다. 그러다 6개월 정도 지나자 행동이 조금씩 통제가 되기 시작했다. 김 시설장은 설명했다.


“정신지체 아동들을 통제하기 위해 때리고, 혼내보았는데 안됐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1주일간 못 오게 하는 것 이었습니다. 이게 아주 효과가 있었습니다. 평소 이 곳에 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못 오는 것 자체가 큰 벌이었고, 또 못 오는 동안 집에서 많이 혼났을 겁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아이들이 말을 잘 들었습니다”


시설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성적이 오른 것이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었다. 올해 1학기 중간고사 때 평균 10점 이상 올랐다. 성적이 올라가니까 아이들의 자존감도 높아졌고, 학습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들도 보람을 느꼈다. 아이들의 성적을 복도에 붙여놓고 함께 기뻐했다.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또래 관계를 잘 형성하지 못해 학원을 한 곳도 다니지 못했던 아이들이 이 곳에서 학습지도를 받으면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즈음 초등학생들은 10월 말에 있는 중간고사 대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보니 책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습관도 자연스럽게 들었다.

김 시설장에게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중요하게 깨달은 점이 있었다. 공짜가 아이들을 망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간식, 급식, 교재, 학습지도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교재를 찢는 등 아이들이 이 곳에서 제공해주는 것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2년 연속 좋은 평가를 받은 서산의 한 아동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그 곳의 시설장은 이미 공짜의 폐해를 경험하셨더군요. 그 분은 영화 관람비로 500원, 영어강습비로 만원을 받는 등 아이들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돈을 내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올 8월부터 교육비 명목으로 매월 2만원씩 받고 있습니다”


활발하게 행동하고, 예민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힘든 일이었다.
“아이들은 금방 변화되지 않습니다. 또 새침하게 굴고, 쉽게 삐지기도 하죠. 힘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 중 병이 나거나 너무 힘이 들어서 그만 두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김 시설장이 계속해서 운영해 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현재 있는 39명의 아이들 중 평균적으로 35~36명은 나옵니다. 비가 많이 와도 아이들은 그 비를 쫄딱 맞고 오고, 눈이 심하게 와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힘들다가도 다시 힘을 내게 됩니다”


이 곳에 오기 전부터 사회복지사 일을 해왔던 김 시설장은 가정 방문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알려면 가정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설을 운영한 지 얼마 안됐을 때 복도 바닥에 웅크리고 자고 있는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집에 가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학습장애가 있는 아이였는데, 집이 돼지우리 같았습니다”

◇ 프로그램, 자원봉사 및 후원단체

이 곳에서는 주로 수학, 한자, 영어를 가르친다. 1·2학년의 경우에는 3학년에 올라가기 전까지 구구단, 알파벳 소문자와 대문자, 8급 수준의 한자를 완전히 배우게 한다.

그리고 시험이 있을 때는 몇 주 전부터 전과목 시험공부를 시킨다. 특별프로그램으로는 델타샌드, 구연동화, 주산, POP(예쁜 손글씨), 외식나들이, 공연관람 등을 실시한다. 현대제철 자원봉사팀과 한국전력 자원봉사팀은 이 곳을 돕는 주요 손길이다.

현대제철 자원봉사팀은 한 달에 한번 생일잔치를 치뤄주고, 한국전력 자원봉사팀은 분기마다 한 번씩 물품 후원과 청소 봉사를 해주고 있다.

◇ 바라는 점들

김 시설장은 몇 가지 바라는 점이 있었다.
“운영비 지원이 가장 필요합니다. 현재는 급식비 지원만 받고 있어, 실제적인 운영은 자원봉사나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일하는 3명의 직원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지요. 군에 문의해보니 ‘현재 검토 중이다’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운영비가 지원돼도 제도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운영비로는 220만원이 지원되는데, 이 중 인건비로는 120만원만 쓰라고 합니다. 지역아동센터 운영 시 3명의 사회복지사를 두게 돼 있는데,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김 시설장의 말은 이어졌다.


“이 곳에 있는 7명의 장애아동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현재 군 내에 장애아동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데, 이들에게는 특별 프로그램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당이 있고 좀 더 넓은 시설로 이주했으면 합니다. 현재 아이들이 많이 늘어나서 시설이 비좁고, 밖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며, 건물 주위에는 차들이 많이 다녀서 아이들에게 위험합니다”


오후 1시 30분이 되자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에서 구김살을 찾기 어려웠다. 기자는 아이들의 눈동자에서 이 곳이 정말로 희망을 주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다.
유명환 기자 seagull197@naver.com


예수촌 공동체 지역아동센터이용 아동 김연희(12) 어린이

연희는 기자에게 많은 호기심을 보이며 잘 웃었다.
“학교에서 학원 안 다니는 아이들을 불러서 이 곳에 다니라고 했어요. 처음엔 낯설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연희는 이 곳이 매우 좋은 모양이었다.


“가장 좋은 점은 한 달에 2만원만 내고도 공부도 배우고, 여러 가지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예요. 도자기 만들기 체험, POP(예쁜 손글씨) 배우기가 특히 재미있어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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