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되어버린 아이의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유가족 “사고 원인 밝혀내겠다”...당진시 “마을회관 일제 조사”

아이랑 동생이랑 사촌동생이랑 (아이들)셋이 노는데, 마을회관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했고, 제가 보고 있었어요. 아이가 키 110센치미터, 몸무게가 18kg인데, 난간에 두손으로 걸치고 (매달리려)두 발을 땅에서 떼는 순간, 애기가 체중을 싣자마자 대리석이 일자로 넘어지면서 애 가슴에 부딪히고 조각이 났어요. 긴 조각이 왼쪽 가슴에 있었는데 제가 들려고 했지만 무거워 들리지 않아 밀어냈어요. 아이가 소리도 못내고 찡그리고 있었고..윙크하듯이...
 
아이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어요. 괜찮아? 이랬더니... 아이 혀가 말리면서 하얗게 변했어요. 핸드폰을 안가지고 와서 달려가서 모내기 일하시는 분에게 119에 신고해 달라고 했어요.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구급대원이 시키는데로 했지만 구급차가 오기 전에 이미... 아빠가 먼저 와서 아이를 막 부르니 한참 숨을 안쉬다가 잠깐 숨소리가 났었고 그게 마지막 숨이었어요..
 
조금 있다 구급차가 왔지만 마을에서 종합병원까지는 30분이 걸렸어요. 의사 말이 진작에 (심장이)멈춰서 왔고 폐에 기흉, 갈비뼈가 부러졌다고...심장에 피가 너무 많이 났다고... 응급실에서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해서 오열하고 있는데 커튼 밖에서 어떤 여자분이 ‘내가 언제 저거(석재 난간) 넘어갈 줄 알았다’라고 하는 그 얘길 들었데요. 아이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확인할 생각을 못했어요. 예견됐던 (사고)였다는 것을 증명해 보려고 해요.
 
-기자와 아이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 중 사고 당시 상황 설명
사고가 발생한 마을회관 석재 난간. 아이가 매달리자 무너지면서 대리석이 아이의 가슴에 떨어져 아이가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마을회관 석재 난간. 아이가 매달리자 무너지면서 대리석이 아이의 가슴에 떨어져 아이가 사망했다.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6살 아이가 친척 모내기를 도우러 온 부모를 따라 당진시 석문면의 한 마을을 방문했다가, 마을회관 석재 난간이 무너지면서 깔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마을회관 관리 및 안전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유사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본지 기자가 사고 현장인 마을회관을 찾아가보니 석재 난간과 기둥은 파손된 상태로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을회관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이고, 농번기라 한적할 뿐이었다. 부서진 석재난간 파편들 만이 그날의 비극이 있었음을 보여줄 뿐이었다. 

기자가 마침 마을회관을 찾았을 때 마을 이장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의 사망 사고 후 경찰서 조사를 받는 등 스트레스로 몇일동안 술로 지내오고 있다는 그는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도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가야해 마을 규약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마을회관에 들렀다고 했다.

이장 “마음 아프고, 안타깝다”

이장에 따르면, 마을회관은 지은지 20여년이 지났으며, 석재 난간에 이상이 있다는 의견이나 보고를 사고 전에 주민들에게 들은 바가 없었다고 한다. 

유가족 측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마을회관 관리자들은 한결같이 ‘건물이 오래돼 (석재 난간이)흔들리는지 모르고 있었다’, ‘석재 건조물이 그정도의 상태인줄 몰랐고, 시설유지 보수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20년의 노후화된 건물의 위험성도 파악하지 않고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방치한 시설 관리자는 아무 잘못이 없는 것이냐”면서 “시설보수가 당장 어려웠다면 그 시설이 노후화돼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시설사용에 주의를 요한다’는 하나의 문구라도 게시해두었다면 어린 생명이 그리 쉽게 져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재 난간이 무너지기전에 마을회관 벽에 붙어있던 석재 난간 기둥 자국이다.
석재 난간이 무너지기전에 마을회관 벽에 붙어있던 석재 난간 기둥 자국이다.

이장에 따르면, 모내기 철이었던 사고 발생 당시 이장은 사고 소식을 뒤늦게 듣고 마을 개발위 회의를 열어 조문을 하고 위로금을 전달하기로 했으며 이장과 마을 주민 몇몇이 유가족과 두 차례 만났다. 그런데 유가족과 마을 주민들간에 시설 관리 책임 문제가 언급되면서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은 “(유가족과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안전관리 미흡한 거 아니냐’, ‘마을 정관 보내라’는 등 취조식으로 계속 얘기하니까, ‘대리석 넘어지는 것 관련 얘길 들은 적이 없다, 보고를 받았으면 보수했겠지 안했겠느냐’는 얘길 했었고, ‘이장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범위가)명확하지 않다’는 얘길했었다”고 말했다.

또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나름 마을회관 보수에 노력을 해왔는데, (아이)할머니가 펄펄 뛰면서 ‘살려내라’고 하니 저도 마음이 아팠다”면서 “이장으로서 안타깝고 마음이 안좋다”고 말했다.

한편 마을 규약에서는 ‘제7장 재산관리’ 제 34조에 “회장은 마을공동재산을 반드시 마을회 명의로 등기하여 관리하여야 하며, 매년 정기총회에서 재산관리 및 변동내역을 작성하여 보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었다.

당진시, “마을회관 소유와 관리자는 마을회”

마을회관의 시설관리자는 누구일까. 아이를 잃은 유가족은 무너져 버린 석재난간으로 인한 아이의 죽음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 걸까. 

당진시 공동체새마을과 관계자는 “마을회관 관리자는 마을에서 정하게 돼 있고 (정해지지 않았을 경우)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소유자인 마을회가 관리자가 된다”고 말했다. 

공동체새마을과 관계자는 “당진시 마을회관 지원 조례에 따라 마을회관에서 누수 등 문제가 있을 시 개보수 요청을 하면 당진시는 검토하고 지원을 하는 역할”이라며 “마을회관은 마을회의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마을회관 건축이나 보수에 당진시가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마을회관은 당진시 소유가 아니며 시가 직접 관리하는 건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을 규약이나 관련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시설 및 안전 관리자를 명확히 하고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또한 마을회관이 당진시 소유가 아니고 마을회 소유라 당진시가 관리자가 아니라해도, 당진시가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당진시는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준비하고 있고 아동친화도시를 외쳐왔다.

누리꾼들은 “누가 당진을 아동친화도시라고 한 거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당진시청은 대체 하는 일이 뭐랍니까? 엉뚱한데 돈 쓰지 말고 저런 곳들이나 관리해주지 이게 뭡니까?”라는 등 반응을 보였다. 

석재 난간 기둥이 붙어있던 바닥 부분 대리석의 모습. 일부 파손돼 있는 모습이 보이며, 바닥 일부는 밟아보니 들썩거렸다.
석재 난간 기둥이 붙어있던 바닥 부분 대리석의 모습. 일부 파손돼 있는 모습이 보이며, 바닥 일부는 밟아보니 들썩거렸다.

무너진 석재난간의 미스터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무거운 석재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난간이 18kg의 아이가 매달렸다고 해서 쉽게 무너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파손되지 않은 반대편의 다른 석재 난간은 기자가 힘껏 잡고 흔들어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사망한 부서진 난간쪽 바닥 대리석 일부는 기자가 잡고 흔들거나 발로 밟았을 때 들썩이는 모습이었다. 즉 애초에 난간 기둥과 바닥이 단단히 고정돼 있지 않고 조금씩 움직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의문점이 있다. 유가족 측은 “응급실에서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해서 오열하고 있는데 커튼 밖에서 어떤 여자분이 ‘내가 언제 저거(석재 난간) 넘어갈줄 알았다’라고 하는 얘길 남편이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말이 사실이라면 석재난간에 원래 문제가 있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한 다음지도(카카오맵) 로드맵을 통해 마을회관 난간을 확대해보면 원래 있어야할 것으로 보이는 일부 대리석 구조물이 없는 것으로 보여 유가족 측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이 로드맵은 2020년 4월에 촬영됨.)

2020년 4월 다음지도(카카오맵) 로드뷰에 찍힌 마을회관 석재 난간 확대 모습이다. 일부 대리석 구조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공 때부터 없던 부분이었는지 어느 시점부터 없었는지는 불분명하다.
2020년 4월 다음지도(카카오맵) 로드뷰에 찍힌 마을회관 석재 난간 확대 모습이다. 일부 대리석 구조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공 때부터 없던 부분이었는지 어느 시점부터 없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석재난간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흔들리거나 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기자가 몇몇 마을 주민을 만나 직접 수소문을 해봤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기자가 만난 마을 주민들은 “코로나 때문에 1년 넘게 마을회관을 가지 않았었기 때문에 기억이 안나고 모르겠다”, “마을회관을 다닐때에도 난간을 유심히 보지 않아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을회관 주변에는 CCTV가 없다. 현재로선 사고 당시에 석재난간이 어떤 상태였는지 정확히 알수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마을회관 난간 주위의 일부 바닥 대리석이 깨지거나 들썩이는 등 상태가 좋지않아 보였고, 어린아이가 매달렸을 뿐인데 석재난간이 그대로 넘어졌다는 점으로 볼때 석재난간이 튼튼하게 고정된,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본지 취재에 따르면, 1999년 마을회관이 조성된 시기에 처음부터 이 석재난간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마을회관은 2010년에 증축을 했는데 이때 석재 난간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

당시 당진시는 마을회관 증축에 5천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회관이 건립된지는 22년째이지만 무너져 아이를 덮친 석재난간이 설치된 것은 10여년이 조금 넘었다는 말이 된다.

당진경찰서는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원래 (석재 난간이)이상이 있었는지 현재는 알 수 없다”며 “시공이나 안전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고, 누가 시공을 어떻게 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조사가 완료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너진 난간과 관련해 누군가의 과실이 있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가 매달리고 있는 모습을 재현한 컴퓨터 그래픽. 출처=유가족 측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방송뉴스 캡쳐.
아이가 매달리고 있는 모습을 재현한 컴퓨터 그래픽. 출처=유가족 측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방송뉴스 캡쳐.

이번 사망사고는 어른들이 만든 시설이 무너지면서 무고한 어린아이가 사망한 안타까운 비극이다. 아이는 천안에서 왔지만 당진 석문면 마을 주민의 조카였으며, 이런 일이 또 발생하게 된다면 다음엔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당진시의 사고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당진시 관계자는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인 당진시 관련 조례에는 당진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위로금 지급)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천안시 시민안전보험 운영조례와 충남도 도민안전보험가입 지원에 관한 조례 등을 통해 유가족이 위로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시장님의 지시로 지역내 마을회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면서 “빠른 시일내에 지역내 마을회관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진시에 따르면, 지역내 마을회관은 275개소이며, 이중 건축된지 20년이상된 곳이 96개소, 30년 이상된 곳이 12개소에 이른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8개월 짧게 살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억울함을 풀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진행중으로 현재 1만명 이상(4월 30일 기준)이 청원에 참여하고 있다.

유가족 측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글.
유가족 측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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