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후 충청남도의회 의원/복지환경위원회

[당진신문=홍기후]

문명의 고도화를 이룬 요즘 생활의 편리함과 질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지고 있지만, 환경오염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삶의 질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와 수질 만족도는 전체 40개 국가 중 각각 40위와 29위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심각함을 인지한 정부는 여러 환경오염 저감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말 제정된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통합환경관리제도’ 또한 그 일환 중 하나다.

이 제도는 대기·수질·악취·폐기물 등 오염매체별로 분산된 다중식 허가 제도를 사업장 단위에서 통합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통합 환경대상은 환경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발전·증기·폐기물처리업 등 21개 업종이다. 충남도의 경우 전체사업장(265개소) 중 52%에 해당하는 135개 사업장이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환경부 소관으로 이관된다.

정부 차원의 환경관리를 통해 오염물질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기술·경제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사업장에 적용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는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지자체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제도의 맹점이 속속 지적되고 있다. 도의 권한이 사라져 제대로 된 관리·점검은 물론, 사고 발생 시 피해조사와 대처, 사후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도내 4개 시군에 소재한 화력발전소 주변 지역 민원현황만 봐도 알 수 있다. 

환경과 관련된 주민민원 총 43건, 환경관련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은 총 39건으로 대폭 늘었다. 

2010년부터 5년간 발생한 민원이 총 10건에 불과한데 반해, 법률 시행 이후 매년 평균 10여건 이상의 주민민원이 제기 된 것이다. 사망사고 등 크나큰 민원이 발생함에도 도의 지도점검 권한 부재로 도민들의 불안감이 커져만 가고 있다. 환경오염 사고나 민원 발생 시 신속 대응과 수습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민원 발생 시 이해관계자 간 중재 역할에도 빈틈이 많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방사무의 중앙정부 환원은 지방 자치분권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선출한 단체장과 의원들이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지방사무와 국가 위임사무를 수행하는 제도다. 지방분권 강화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거스르는 행위이며 ‘무늬만 좋은 지방자치’로 볼 수 있다. 지역단위 환경관리·행정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도 약화될 수 있다. 지역 환경 현안 해소를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운영할 경우 책임 있는 지자체 역할 수행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지자체 협의 과정에서 행정력 소요와 민원 불편도 가중시킨다. 도와 각 시군에서 논의 후 처리되던 사안이 환경부 개입으로 행정력이 이중 소요됨은 물론 민원 발생 시 처리 속도도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 제35조(권한의 위임 및 위탁)는 자치단체 위임을 허용하고 있지만 시행령은 환경부에 위임한다고 명시해 혼돈을 야기하고 있다. 서로 상충되는 법안을 제정한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 충남도의 임무다. 그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지역민의 불안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는 통합환경관리 권한을 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주민이 함께 열어가는 자치분권 2.0시대를 열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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