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진지역사회연구소 소장
충남대학교 겸임교수 정한영

정한영 (사)당진지역사회연구소 소장/충남대학교 겸임교수
정한영 (사)당진지역사회연구소 소장/충남대학교 겸임교수

[당진신문=정한영]

최근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이제까지와 다른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12월 이전까지는 국지전으로 치뤘다면 지금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자원이 전부 동원되고 있고 인력의 피로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는 부족한 공공보건 의료자원이 나름대로 선방한 측면이 있었지만 겨울에 접어들면서 밀폐된 환경에서 더욱 활발해지는 호흡기 감염병 특성상 찾고 추적해서 격리하는 방역에도 한계가 왔고 음압병실이 필요한 치료 특히 중환자 치료역량에 한계가 와 방역당국과 의료현장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특히 거동이 어려운 정신병원, 요양병원 등 현장은 심각한 상황이다.

새삼 깨달은 사실은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의 돌봄이 미흡한 곳을 잔인하게도 아프게 들추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병원이나 요양병원은 대부분 민간병원에 맡겨놓고 있어서 지역사회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탈시설 대책 같은 공공의료사업도 부족하고 감염관리 대책 역시 턱없이 모자란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거의 예외 없이 그 자리에서 연달아 집단확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사망자 증가도 뒤따르고 있다. 그뿐 아니다. 전국적으로 공공병원 숫자도 부족하여 아예 공공병원이 없는 자치단체는 이웃 자치단체에 원정 입원을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 거기에 그나마 있는 공공병원도 규모가 작고 의료전문성이 부족해서 중환자실 부족과 더불어 

감염병 유행이 본격화 할 경우 바닥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민간 상급종합병원도 일반 중환자진료 등 여건은 되어 있지만 코로나19 같은 신종감염병 중환자를 위한 1인 음압격리중환자실과 구분된 이동 동선 등은 구비가 되어 있지 않아 즉각적인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급증한 감염병 진료 요구에 의료진 부족도 심각해서 계속 자원봉사 의사인력을 찾는 문자가 오는 것을 보고 참담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공공보건의료 체계 미비점이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이 있다. 왜 정치인들은 이런 중요한 한국사회의 의료공공성 문제를 두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다. 지난 12월 13일 정부는 코로나19 긴급대응과 관련해서 공공병원 확충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는 3곳의 공공병원 설립에 예비타당성 면제 정도만 있지 실질적으로 지역의 공공병원 추진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공공병원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운영상 적자 문제를 어떻게 보전해주면서 공공의료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제시가 아쉬었다. 이럴 때 정치인들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특히 내년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내가 한국 주요 도시의 공공의료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겠다 하고 주장하며 나서는 분을 보지 못했다. 주택정책도 중요하지만 생명은 더 중요한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더 있다. K방역 성과를 주장할 때 한국이 OECD 국가들 가운데 자살율, 결핵사망률이 가장 높은데 이 부끄러운 문제를 부각하면서 어떻게 해결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정말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인지 아니면 치적에 방역의 일시 성과를 활용하려는 것인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공공보건의료체계는 아직 국가로서 기능을 영위하기에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군대도 교도소도 공공의료도 일단 국가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체계는 만들어져 있지만 실제 군인의 희생을 최소화 하면서 이기도록 그리고 교도소도 죄수가 된 시민들이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다시 건강한 시민으로 사회에 복귀하도록 도와주는 교도행정을, 또 나아가 아프면 치료받는 체계에서 국민 누구나 미리 건강을 지키고 증진시킬 수 있도록  공공보건행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제도 정착 때문에 이런 문제는 너무 소홀히 해온 것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 2021년이다. 보궐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가 연달아 치뤄지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로 진입하는 첫해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종식이 기대되는 해이기도 하다.하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한국사회가 기본을 다시 세우며 전진하는 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좌우할 수 있는 정치의 해이다.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겠다고 사자후를 토하는 후보를 만나고 싶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