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세 국민건강보험공단 당진지사장 

[당진신문=구본세]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의사들이 ‘환자 곁을 비웠다.’ 이 사실은 의사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생채기를 남겼다. 프랑스 의사들이 의사충원을 위해 시위에 참여했다는 뉴스 대비효과로 국민들의 허탈함은 더 컸을 것이다.

국민들의 분노를 정서적 측면에서 해소하는 일은 전적으로 의사들 몫이라 판단되지만 의료계의 합리적 의료현실 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대책 마련이 본질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의료 취약성을 노출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선방은 자유세계의 자존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우리의 선방은 세계 선진국이 인정한 건강보험 시스템, 전문가 중심주의 대처,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희생’과 국민참여에 힘입은 바 크다. 물론 정보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대응시스템도 성공요인 중 하나다.

그 나라 공공의료 준비정도와 감염병 대응은 불가분의 관계다. 만일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이 미국 수준만 되었더라면 ‘K-방역’은 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을 것이다.

대한민국 공공의료 비중은 많이 부족하다. 민간병원 위주로 의료시스템이 설계되어 있어 공공의료 비중은 기관수로 볼 때 5.4%, 병상수로 보면 10.3%에 불과하다. 병상수 기준으로 공공의료 비중은 영국 100%, 호주 69.5%, 프랑스 62.5%, 독일이 40.6%, 일본 26.4%, 미국 24.9%이다. 공공의료 비중이 우리보다 높은 선진국들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국가지도자의 전략적 판단과 태도에 기인한 바 크다.

정부는 ‘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 등 중증의료, 산모·신생아·어린이 의료, 재활, 지역사회건강관리, 감염 및 환자안정 등 필수의료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전국 70개 중진료권에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육성하겠다’는 공공의료 및 지역의료 정책을 발표하고 우선 15개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했다.

그러나 정부발표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 2007년 참여정부는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공공의료 비중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2015년 메르스사태 때 반짝 논의가 있었지만 재정당국은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해, 감염병 전문병원 등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경험칙 때문이다.

시급해진 공공의료시스템 구축

공공의료 비중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선결돼야 할 과제는 국민적 합의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기재부 등의 예산삭감을 국회의원들이 막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민들이 “공공의료시스템을 갖추라”라고 요구하면 국회가 움직일 수 있다.

다음으로 정치권의 협업이다. 정부여당과 청와대의 의지는 기본이고 야당과 언론의 정파를 넘은 협조는 필수적이다. 야당과 언론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 확대에 긍정적 판단을 한다면 공공의료 확대가 ‘의료사회주의’라는 터무니없는 색깔론은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협업체계 조직 및 가동, 의사 간호사 등 전체 의료인력 확충방안 마련, 과잉과소진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필수진료 의료인들에 대한 처우개선 등등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할 어젠다가 한두개 아니다. 특별히 2021년 예산심사 과정에서는 재난수준의 감염병 대응에 있어 손해방지비용 즉 예방비용 산정도 함께 논의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국가와 정치권은 코로나19 진행과정에서 굳이 질병관리본부를 엄청난 예산(국민세금)이 수반되는 질병관리청으로의 조직개편이 굳이 필요했는지 되묻고 싶다. 그로 인해 투입되는 예산이라면 매년 각 지방에 공공의료원 5~6개 설립은 충분히 가능할수도 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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