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진보당 당진시위원장

[당진신문=김진숙]

9월 22일 오전 열시, 당진시청은 100여대의 차량들로 둘러싸였다

아이를 태우고 달려온 엄마들의 승용차, 농민들의 흙 묻은 트럭, 노란색 어린이집 차량에 노동자들의 방송차까지! 짧은 시간 안에 시청 둘레 도로를 줄 지어서 선 차량에 깃발이 달리고 경적을 울리며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시청으로 달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당진의 송산, 석문에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폐기물처리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진시민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최근이다. 안 그래도 대기오염문제, 송전탑문제 등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당진에 1급 발암물질인 지정폐기물을 처리할 산폐장이  두 곳이나 생긴다니 황당할 따름이였다. 

이 사실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야했다. ‘찾아가는 산폐장 반대 설명회’를 기획하고 연락이 닿는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기 시작했다. 경로당의 노인회 분들, 마을 부녀회 분들, 취미 동호회분들, 문화센터에 오시는 수강생분들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만나왔다. 

설명회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이 산폐장에 대해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었고, 설명을 듣고 나서는 너무나 답답해 하셨다. 여러 질문들과 의견들이 있으셨는데, 특히,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겠는지, 이렇게 분노하는 당진시민들의 힘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겠냐는 질문이 많으셨다. 

“서명만 해서야 되겠냐, 직접 시위라도 해야하는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엄마들도 계셨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얼굴을 맞대는 것이 어려운 상황. 고민 끝에 나왔던 방법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차량대행진이었다. 과연 얼마나 되는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을까? 처음 해 보는 챠량시위가 아무 문제없이 잘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과 우려속에서 진행된 차량대행진!

막상 당일 당진시청에 모여든 시민들의 대열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사가버리면 그만이라던 아이 엄마들이 내 아이가 살아갈 당진을 지키겠다며 나섰다. 

아이들이 행복한 당진이어야 한다며 노란색 어린이집차량을 끌고 나오신 수많은 선생님들, 평생 땅을 믿고 우직하게 살아오신 농민들이 당진땅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당진시내 거리에서는 붉은 깃발을 양쪽에 매달고 행진하는 차량대열을 향해 ‘잘한다’, ‘수고한다’며 시민들의 박수소리가 가득했고, 인터넷 커뮤니티엔 ‘정말 함께 하고 싶었는데 사정 때문에 못갔다’, ‘차량행진 봤는데 정말 멋졌다’며 응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이런 시위에 함께 해 봤다는 한 엄마는 차량행진 후에 펑펑 울었다고 한다. 산폐장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당진의 바다와 땅이 망가져 가고 있음에 속상하고, 함께 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큰 감동이였다고 한다.

누군가 끝없는 개발을 이야기하며 기업유치만이 살길이라고 말할 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땅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바로 이 사람들이 희망임을 확인했다. 

9월 22일  산폐장 반대라고 써있는 붉은 깃발을 단 백여대의 차량들이 보여주었던 것은 단순한 항의의 표현이 아니라 바로 희망이였다.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지켜내기위해 더 많은 시민들과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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