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어르신 부고 알리미 대호지농협 남우용 조합장
“마을 어르신들 남은 여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냈으면”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당진시 대호지농협 남우용 조합장
당진시 대호지농협 남우용 조합장

대호지면은 당진 14개 읍·면·동 중 인구가 가장 적지만, 노령 인구 비율은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마을에 행사가 생기면 어르신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대호지농협 남우용(64세) 조합장이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남우용 조합장은 지난해 8월부터 마을의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대호지농협에 등록된 조합원들에게 부고 알림 문자를 보내고 있다.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의 자녀는 타지에서 지내다보니, 어르신들은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루기 위해 당진을 찾은 자녀는 부고 문자를 어디 누구에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죠. 왜냐하면 부모님이 생전에 어느 분들과 연락을 하고, 어떻게 지내셨는지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농협에 조합원으로 등록한 분들에게 부고 알림 문자를 보내드리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죠”

지난해 마을 회의에 참석한 남우용 조합장은 부고 문자를 보내는 것을 주민들에게 먼저 건의했다. 당시 주민들은 ‘단순하지만 좋은 생각’이라는 의견으로 적극 찬성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모르는 사람의 부고 문자를 받는 조합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문자 마지막에 ‘모든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문자’라는 양해의 문구를 적어서 보내고 있다고.

남우용 조합장은 주민들을 대표해 농협에서 문자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리고 대호지농협이 그동안 운영을 지속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원로 조합원들 덕분이라고 꼽았다.

“대호지농협 조합원의 나이는 다른 곳보다 많은 편에 속하죠. 그런데 지금의 조합원들 모두 예전에는 경제활동을 열심히 해 오던 분들이고, 그분들 덕분에 지금의 대호지농협이 생겼잖아요. 저는 원로 조합원들이 어려움을 겪으실 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도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농협에서 임원생활만 10여년이 넘은 그는 대호지면 어르신에게 편의를 드릴 수 있는 방안도 늘 생각하고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호지농협은 어르신들이 하나로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차량으로 댁까지 모셔다 드리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서비스는 남우용 조합장이 강서 농협으로부터 차량을 지원받아 추진하게 됐다.

한편 대호지면은 남우용 조합장이 태어난 고향이자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이다. 그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큰 그는 앞으로 대호지면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대호지면의 주요 소득원은 농업인데, 그 중에 쌀 농사가 대부분이에요. 새로운 소득원이 필요한 시점에서 저는 속새라고 불리는 씀바귀가 대호지면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것을 홍보하고 개발시킬 예정이에요. 그래서 씀바귀를 대호지면의 특화 작목으로 만들기 위해 김치 만드는 특허를 제가 준비해서 따냈고, 지리적 표시 등록도 제가 직접 해서 갖고 있어요. 나중에 대호지면의 새로운 농가 소득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씀바귀 개발 관련 특허와 씀바귀를 이용한 요리 개발에 앞장서는 남우용 조합장. 그는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어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웃으며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을 어르신들이 남은 여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 마련에도 앞장서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췄다. 

“어르신들은 노후에 자녀가 사는 지역의 요양원에서 생활하며, 홀로 외롭게 보내시게 되죠. 저는 대호지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이 노후에도 이곳에서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요양원을 운영하고 싶어요. 또한 지역주민들의 성원과 협조로 대호지농협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앞으로 마을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그리고 나눔 활동을 실천하는데 더욱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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