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석문면 통정3리 최원일 총무
동네 주민들에게 영화 보여드리기 위해 직접 장비 빌리고 설치
“어르신들 경로당에서 적적...공연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통정3리 천년나무아파트 경로당에는 매달 1~2회 마을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를 관람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주민들에게 영화 상영 봉사를 통해 문화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통정3리 최원일(49세) 총무 덕분이다. 

최원일 씨는 당진화력 협력사에서 근무하며 지난해 아파트 동대표를 맡았었다. 동대표로 경로당을 방문하면, 어르신들이 적적해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자주 봤다는 최 씨.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주로 농사를 짓다가 쉬는 분들이어서 아무 일도 안하고 계시는 것이 무척 지루하다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그래서 무얼 하고 싶으신지 여쭤보니 영화라도 보고 싶다고 말씀하시길래 방법을 찾아보게 됐죠”

최씨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을 영화관에 모시고 가기에는 시간적으로나 자금적으로 어렵다고 판단, 결국 경로당에서 주민들이 모여 영화를 보실 수 있도록 장비를 빌리는 방법을 생각했다.

“어르신들은 젊으셨을 때 문화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청춘을 보내신 분들이 많아요. 나이 드셔도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으니까요. 저는 그 마음을 달래드리고 싶었고,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죠”

영화를 볼 수 있는 장비 대여를 알아보던 중에 당진어울림여성회에서 최씨의 연락을 받고 흔쾌히 장비를 빌려주기로 했다. 그의 계획이 드디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여성회에서 장비를 빌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상영을 자주하는 것은 어려워요. 그래도 매달 1~2회 상영하기 위해 시간 조율을 하고 있어요. 주민들도 좁은 경로당의 특성상 협소한 장소에서 영화관과 같은 사운드와 큰 스크린이 아닌데도 좋아하시고 잘 봤다는 인사도 해주세요. 그런 점에서 영화 상영을 하길 잘 했다는 뿌듯함도 들고 기분이 좋더라구요”

특히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없던 어르신들이 매달 영화를 보시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이웃 주민들 간에 더욱 친해질 수 있는 시간들이 됐다고. 

통정3리 천년나무아파트 경로당에서 영화관람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통정3리 천년나무아파트 경로당에서 영화관람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영화 ‘변신’을 상영하던 날에는 종교를 가진 분들이 거부감을 드러낼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주민들은 영화를 본 후 생각을 이야기 하고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보람도 느꼈다.

최씨는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문화 혜택과 질 좋은 서비스를 드리기 위해 시의 새마을공동체지원 공모사업에 지원했다.

“통정3리는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마을인데, 다행히 새마을공동체지원사업에 선정되서 조만간 영화 상영 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어르신들이 더 많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죠”

최씨는 영화상영을 비롯해 마을행사와 각종 일을 책임지고 앞장서며 일했다. 통정3리 박성원 이장은 그의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마을 총무직을 맡겼다. 

“총무직을 맡으면서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우리 마을이 지원 받을 수 있는 사업은 모두 알아보고 지원해 볼 생각이에요. 즐겁고 행복한 마을 통정3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겠죠”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로 인해 경로당이 폐쇄되면서 영화 상영이 멈췄고, 이로 인해 주민들을 만날 수 없어 아쉽다는 최 씨. 그는 하루 빨리 주민들을 만나 다시 경로당에서 영화를 보며 주민들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주민분들과 영화관에 함께 가서 영화를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저의 계획을 알아주고 적극 도움 주신 아파트 관리소장님을 비롯해 경로당 회장님에게도 감사드려요. 앞으로 마을 주민들의 문화 생활을 책임지는 최 총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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