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서 이장(우강면 소반리)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도시인에게는 낯선 나라의 호칭쯤으로 여겨지는 이장. 이장이라는 존재는 마을의 행복을 위한 마을경영을 해오고 있는, 작지만 큰 CEO다. 이에 본지는 ‘이장발언대’를 통해 마을의 불편사항을 토로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B어르신(92세)의 집은 씽크대가 낡고 집안 곳곳이 낙후돼 갈라진 틈에서 쥐가 드나든다.
B어르신(92세)의 집은 씽크대가 낡고 집안 곳곳이 낙후돼 갈라진 틈에서 쥐가 드나든다.

우강면 소반리의 독거노인 가구 수는 총 25가구, 70대 이상의 주민이 80%에 해당하는 농촌마을에 어르신들은 연세가 지긋하다. 홀로 생활을 하려면 생활비며 병원비 등이 필요한데 일정한 수입이 없는 어르신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낼 수 밖에 없다.

백종서 이장은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 몇 분을 기초생활 수급자로 신청하려고 했지만, 아들과 손자가 서류상 거주한다는 이유로, 모아놓은 재산이 기준을 넘는다는 이유로 신청을 하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막혔다.

실제로 어르신들은 추운 겨울을 전기장판에만 의존하고 재래식 화장실, 쥐가 드나드는 부엌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열악한 처지다. 하지만 백 이장이 할 수 있는 것은 복지관 등에서 들어와 남는 후원물품 등을 어르신 댁으로 가져다드리는 것 뿐이다.

“소반리에는 연세도 지긋하신데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A어르신(94세)과 B어르신(92세)은 자식이 함께 산다는 이유로, 모아놓은 재산이 기준 이상이라는 이유로 기초수급자 신청을 해 볼 수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A어르신은 아들은 커녕 손주와도 살고 있지 않습니다. 서류상 자식이 있으면 뭐합니까. 또 재산이 있으면 뭐합니까. 자식들 폐 안 끼친다고 자신의 장례비로 아껴놓겠다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 답답함을 넘어 갑갑한 심정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소득 재산 △부양의무자의 기준에 따라 충족했을 경우 수급신청이 가능하다. 흔히 알고 있는 노령연금 즉 기초연금과 같은 경우도 소득으로 인정이 되고 이자, 국민연금, 부양비, 재산 등도 소득으로 인정이 되기 때문에 1인기준 소득인정액이 52만 7158원이하여야만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A어르신(94세)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A어르신(94세)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홀로 외롭게 사시다가 가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면사무소나 보건소에서 이따금 한 번씩 방문해 어르신의 건강을 살펴보고 가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분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복지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기초수급자는 어렵더라도 주거환경만이라도 위생적이고 편하게 생활하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그것도 한두 푼이 아니니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곧 설이 다가오는데 이번에도 어르신들에게 설 후원물품만 들고 방문해야하니 씁쓸합니다”

[당진시 사회복지과 복지조사팀 한혜라 주무관 ]

“말씀해주신 B어르신은 조회결과 기초생활수급자의 신청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A어르신 같은 경우는 아드님과 별도의 가구로 볼 수 있는 기준도 있기 때문에 면사무소 복지팀과 상담을 통해 신청해보시면 최종여부가 판단됩니다. 물론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맹점은 있지만 실제로 복지팀이 찾아가 살펴본다고 해도 몇 번의 방문으로 판단하는 것이 어렵고 부정수급의 경우는 책임문제도 발생합니다. 다만 어르신의 생활을 위해 경로장애인과를 통해 노인 돌보미 서비스 등을 문의해보실 수는 있습니다.

[당진시 경로장애인과 노인복지팀 조아라 주무관]

“노인복지팀에서 제공하는 독거노인 지원 사업은 홀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식사 거름의 문제를 지원하는 재가서비스인 노인돌보미 사업은 있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의 개선 같은 경우는 수급자, 차상위 계층부터 면사무소 복지팀에서 사례관리를 통해 수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강행정복지센터 맞춤형 복지팀 빈나영 주무관] “B어르신과 A어르신의 경우는 알고 있습니다. 2018년 사례관리를 통해 물품지원은 있었습니다. 현재 문의하신 주거환경 개선의 경우는 복지팀 예산으로 따로 하기는 어렵고 후원단체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