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커텐의 정은숙 씨
생활의 일부분처럼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해온 봉사활동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항상 오케이!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칭찬공무원과 칭찬릴레이는 격주로 번갈아 실립니다) 

은숙 씨네 은하수 커텐은 연중무휴다. 

경북경주에서 30년 전 당진으로 온 정은숙(55)씨는 은하수 커텐의 사장이다. 꼼꼼한 바느질로 수선 및 커튼제작 경력만 30년이 훌쩍인 은숙 씨는 두 달에 1번씩 꼬박 12년 동안 남부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부녀회장으로 얼떨결에 시작했고 한번 시작된 봉사활동은 부녀회장직을 내려놓고서도 계속되고 있다.

은숙 씨가 남부노인복지관에서 하는 일은 매일 100~200명 어르신들의 점심식사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일이다. 누구나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들이라 특별히 칭찬받을 일도 아니라며 은숙 씨는 부끄러워했다.

“오전 10시쯤 가서 1시까지 도와드리고 오는 건데, 그렇게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저 말고도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만 특별히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라서 부끄럽네요”   

은숙 씨네 은하수 커텐은 연중무휴다. 쉬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굳이 쉬는 날이 있다면 이처럼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날이 쉬는 날이 된다. 틈틈이 일이 들어오고 또 일이 많은 날에는 대신 봉사활동을 해줄 사람을 구해 복지관으로 보내기도 한다.

“어쨌든 봉사활동이라고 해도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제가 못 가게 되면 그만큼 다른 분들이 힘들어지잖아요? 우선은 안 빠지는 것을 먼저로 생각하고 빠질 수밖에 없는 날은 친구든, 지인이든 대신 부탁을 드리죠”

은숙 씨의 이러한 책임감 있는 봉사활동은 마을에서도 이뤄진다. 마을 꽃밭 가꾸기 사업처럼 마을에 일손이 부족할 때면 제일 먼저 나서는 것도 은숙 씨다. 부녀회장으로 6년을 지내면서 모르는 마을사람이 없고 부녀회를 통해서 일손이 부족하면 힘들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익혔기 때문에 마을일의 선두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은숙 씨에게 봉사는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꼭 가야하는 것’이라고 답한 은숙 씨는 “부끄럽게도 자발적으로 시작한 봉사는 아니지만 가겠다고 약속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른들이 하시는 대로 보고 또 같이 나서서 하다보니까 빠짐없이 하던 것이 자연스레 봉사가 됐다. 마을 사람들과 김장을 해 홀로 생활하시는 어른을 돕고, 마을 행사에 나서서 음식을 하고, 때때로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의 집을 점검하는 등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은숙 씨는 항상 오케이다. 

생활의 일부분처럼 시간 흐르는 줄 모르고 해온 봉사활동이라 별다른 일이 없다면 아마도 계속할 것 같다는 은숙 씨. 다른 사람의 삶을 접할 수 있고 또 봉사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더구나 매일 가게에서 하는 바느질 일이 아니라서 더 기분이 좋다는 은숙 씨는 봉사야말로 얻는 게 많은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합덕으로 와서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고 또 도움을 받았어요. 27년 전부터 어머니, 아버지처럼 우리가족을 대해 주신 분들도 계시고요. 좋은 사람들 덕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와드리면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여럿이서 봉사활동을 하면 얼마나 재밌고 즐거운지! 70세를 넘기시고도 봉사하시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저도 더 열심히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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