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결핵으로 입원을 해 찾아보았습니다. 전염병 이다보니 당사자는 물론이고 함께 병실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간병하는 아내도, 문병하는 우리들도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습니다.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서 감염이 되니까 복도에 2중문을 만들어놓고 환자의 외출을 철저하게 막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환자들은 30여 미터 정도 되는 짧은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운동의 전부였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병에 걸려 답답하니까 나갈 수 없는 중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지만 또 다른 문이 시야를 가로막아 절망합니다. 평상시 매우 활동적이었던 이 분에게 말이 병원이지 감옥이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최소한 보름은 족히 걸린다 하니 ‘하루가 1년 같다’며 입원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폭삭 늙어 있습니다.

네 명이 함께 사용하는 병실은 병문안 오면서 사온 음식을 서로 나누기도 하고 아픔을 나누며 의지하는 병실과는 다르게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 지 서로 감시하고 경계하며 삭막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마시고 잠깐 깜빡했는데 맞은 편 침대 젊은 녀석이 마스크 똑바로 안 쓴다고 나를 채근 해. 기분이 나쁘지만 할 말이 없지. 옛날 못 먹어서 걸린다는 병에 내가 걸릴 줄 어찌 알았겠어.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답답해서 딱 죽겠어. 통장에 돈 쌓아놓았으면 뭘해. 돈 아끼지 말고 먹는 것 잘 챙겨 먹었어야 했는데. 이제 병 걸리니까 입맛도 없어져 먹으려야 먹을 수도 없어. 아끼려던 돈 결국 입원비로 다 쓰게 되는 것을. 사람이 이렇게 미련맞더라구.”

그렇게 감옥과도 같고 지옥과도 같았던 2주의 시간이 흘러 엊그제 퇴원 한 이분이 한 일은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 그대로 남겼지만 보양식을 사서 먹고, 평상시 비싸다 여기며 엄두도 못 냈던 소고기도 듬뿍 샀다고 했습니다.

약을 먹어 이제 전염되지 않는다고 하니 복지관에 가서는 그동안 돈 200원이면 뽑아 먹을 수 있는 자판기 커피 마시는 것이 아까워 참고 집에 돌아와서 믹스커피 타 먹었었는데 이제는 이 친구 저 친구 아낌없이 뽑아주며 소통하고 있는데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병원생활을 해보면서 무엇이 소중한 지를 깨달았다며.
 
결산의 달 12월입니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저마다 1년 동안의 성과에 대해 나름의 결산을 해보는 달입니다. 얼마의 돈을 벌었고, 얼마의 돈을 썼으며, 얼마의 돈이 남았는지를 셈 해봅니다.

누군가는 많은 돈을 벌었다며 함박웃음을 웃는가 하면, 돈이 남기는커녕 도리어 마이너스 통장만 남았다며 울상인 집도 있고, 돈이 남기는 했지만 작년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벌지 못했다면서 불평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성실하게 살았는지, 나태했었는지,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테니 연말을 즈음하여 남은 돈이 얼마인지를 따져보는 일도 소중합니다. 그런데 잣대, 가치관을 어디에 두고 셈을 할 것인지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색하고, 자신에게조차 인색하게 굴며 돈을 쌓아놓고 사는 삶이 있는가 하면, 마이너스통장을 끌어안고도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이 넉넉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없던 시절 잊어버리고 남았어도 만족할 줄 모르는 삶이 있는가 하면, 비록 적게 남았지만 빚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하는 삶도 있습니다.

결산의 달 12월, 독자님은 어느 잣대, 어느 가치관으로 셈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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