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지내시는 동네 분이 계신지도 몰랐어요. 그냥 내 일만 했으니까”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힘들고 때때로 귀찮더라도 마음도 튼튼해지는 것”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고향 당진으로 시집을 와 39년째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조순자 씨(60)는 대호지면 적서리에서 쌀농사와 밭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봉사활동을 하는 봉사회장님이다.

집성촌이었던 동네에 처음 시집왔을 적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동네 어르신들은 인생선배이자 형님들이었다고 설명하는 순자 씨는 초보엄마였을 때 자녀들을 돌봐주던 동네 할머니들의 따뜻한 온기를 잊지 못한다.

“예전에는 저 논밭에 일하러 가면 동네할머니들이 나서서 아이들을 봐주기도 하고 저도 할머니들이랑 지내는 게 참 즐거웠거든요. 그게 익숙해지다 보니까 할머니들 말벗해드리는 건 뭐 일도 아니잖아요?”

순자 씨는 현재 인근에 살고 계신 거동이 불편한 92세 할머니와 87세 할머니의 말벗으로 지내고 있다. 아침이면 댁으로 방문해서 아침을 알려드리고 농사일 중간에도 매주 화요일 또는 3일에 한번, 주말 등은 어르신 댁을 꼭 방문한다.

순자 씨의 말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집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터라 경로당으로 나서는 것도 힘이 들어 순자 씨가 오면 한참을 말을 붙이기도 한단다.

“사실 할머니들을 뵐 때면 안타까울 때가 많죠. 제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하루 종일 집에서만 계셔야하니까 얼마나 심심하고 적적하시겠어요. 그래서 방문할 때면 친근하게 더 말붙이고 재미난 이야기도 해주고 그러죠”

동네 생활개선회장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순자씨는 농가주부모임에서 알게 된 한 노부부의 집을 챙기기도 한다. 주로 김치를 담아 주거나 반찬이 생기면 나눠드리고 생필품 등을 전달하기도 한다.

“봉사하기 전에는 어렵게 지내시는 동네 분이 계신지도 몰랐어요. 그냥 내 일만 부지런히 했으니까... 그리고 사실 반찬이야 뭐 음식을 많이 하다보면 나눠 먹는 거고, 생필품도 명절이나 이럴 때 많이 들어오니까 가져다 드리는 거라서... 그렇게 잘 해드리는 건 아니고요. 저보다 더 대단한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순자 씨가 바라본 봉사는 돈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것도,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힘들고 때때로 귀찮더라도 스스로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튼튼해지는 것이다.

“봉사를 해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처음에는 내 일도 바쁜데, 그럴 시간이 어딨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봉사를 하면 할수록 정말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시간 내서 돕는 분들도 많고 이게 오히려 저를 더 건강하게 해주더라고요” 

봉사단체는 안 들어가 본 곳이 없다는 순자 씨의 봉사일정은 거실 벽에 위치한 화이트보드 판의 일정표를 채운다. 이제는 이름만 올려놓고 여러 활동을 할 수 없어 적십자와 생활개선회 봉사활동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순자 씨는 오늘도 할머니들을 만나러 아침 일찍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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