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죽었다온몸으로 뜨겁게 몸부림체액이 다 할 때까지 투쟁했다태양의 폭염에 항거한 것솥 안의 개구리를 비웃으며영광의 탈출을 위해 젖과 꿀이 흐르는 둥지 떠난 그대처럼마침내 마주한 열기와 단단한 콘크리트 사막을 맞이한용감한 모험가의 미이라로 마른 잠을 잔다죽은 자의 외침으로 행하는 행위 예술일까도전은 언제나 위험한 걸까.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 (사)한국문인협회원, 「현대계간문학」작가회 분과장, 시집 『누름』 출간, 당진문인협회원, 당진시인협회 이사 활동
가을은 숨 고르며 모과 빛처럼침묵의 앞을 물들이며 해가 기운다계곡에 흐르던 물은 기억에 넣어두고허공을 메우며 휘날리는 가을밤의 소식들한 동안 뚝 끊기었던 둥근 기억들과기나긴 고통의 순간을 고스란히 움켜쥐고푸른 밤으로 향하는 별빛들그 빛은 황홀했던 욕망으로 물든다자연의 시간 따라 먼 기억들 하나씩밤하늘에 점자처럼 빛나고 해독하려는 시간조차 무뎌지는 모과 향내 짙은 밤이 펄럭인다▣ 약 력 ▣ 당진출생, ‘04년〈공무원 문학〉신인상 등단, (사)한국문인협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충남문인협회이사, 한국공무원문협충남지회장, 한국문협당진지부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지키려면 썰물처럼 밀려나고현실의 시간은 멈춰버린 시계와 같은유목민처럼 떠돌다 자리 잡은 터에서개운한 아침을 맞이할 삶그 삶이 무겁고 지칠 때발을 딛고 버텨나갈 비포장아니 포장길을 번갈아 걸어가는나는 어디로 가야하나때로는 갈매기, 시어를 낚아가듯긴 불면증에서 벗어나무디게만 느껴졌던 번쩍거리는 삶난 오늘도 디자인했다약력당진 출생, ‘01 월간 「문학공간」등단,「매월당문학상」 '10「문예사랑」신춘문예 우수상, 시집: 『벽에 걸린 세월』『아버지의 쟁기』외 다수(사)한국문인협회. 충남시인협회원, 충남문인협회 이사,
계곡 한 모퉁이를 골라가만히 앉은 낚시꾼무얼 할까 싶어가던 길 멈추고 보았다.낚시에 꿰인 잠자리 미끼살아있는 듯 나풀댄다.무언가 번개같이 뛰어올라덥석 잠자리를 잡아채어 갔다.순간, 용왕이 튀어 오른 듯비단 먹빛 광채의 물고기낚시꾼에 걸려든 산천어죽을 힘 다해 허공을 친다.숲이 놀라 온 산 붉다* 강원도 양양읍 지역 계곡이며 산천어 서식지약력 당진 대호지출생, ‘10년「심상」등단, 시집『매화꽃 펴야 오것다』『가슴으로 사는 나무 /세종나눔도서선정』 한올문학상,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주자, 현)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나루문학회,
시인詩人은삶의 한 켠엔꽃밭을 하나씩 가꾸며 산다꽃밭은 강아지처럼 늘 가까이에 있다밤이면 머리맡에 있다가꿈속에까지 쫓아오고해우소까지 따라 나선다즐거운 일보다 슬프고 괴로운 일에 앞장서고어쩌다 나들이라도 하면백지와 펜을 데리고 가방 맨 안쪽에얌전하게 자리를 잡는다시인에겐꽃밭이 있어 외롭지 않다꽃들이 웃고 우는 꽃밭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성역이다.약력계간《서석문학》등단 사)동국학원 원장. 사)學田문학관 원장. 한국인간상록수 시인. 사)한국문인협회원. 한국예술인회원. 사)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원. 시집: 『그리운 연석산』외 전 6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다니던 산과 들 개울가 물고기를 낚으려고 곧잘 빠져 흠뻑 젖어 집으로 돌아오던 길반짝반짝 빛나던 찔레꽃잎에입 맞추고 있을 때소곤소곤 들려오는시냇물 부딪치는 소리한 아름 가슴에 담아본다어느 때는 쌀가루 같고어느 때는 솜사탕 같이 내리던 눈온 세상을 덮으면아이들 과 온 동네 강아지구슬치기 놀이할 때꽃송이 같은 발자국시계초침 소리만 가득하다.약력 강원 홍천출생, 한서대 문학미디어과 졸, 계간 「착각의 시학」 신인상 등단, 공저 『서랍 속에 시간』 (사)한국문인협회원, 한국문협당진지부회원. 당진시인협회원
딱새가 좀처럼 날아가지 않았다바닷가 천리포수목원 별목련 나무 앞에 서서별모양 별목련을 바라보았다딱새 서너 마리가 나무에 앉아눈부신 목련 뽀얀 속살 뾰족한 긴 부리로 이 꽃 저 꽃 쪼아 먹었다딱새 부리 닿을 때 목련은 울어딱새를 멀리 훠이훠이 쫒아보아도목련송이에 대가리를 처박고 겁도 없이 앉아피고 있는 목련 떨어지면 어쩌려고 달콤한 목련을 쪼아 삼켰다얼마나 달콤한지 활짝 핀 목련은 먹지 않았다공중을 나는 새가 꽃을 먹는 줄 몰랐다나, 오늘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부비고 딱새를 다시 보았다그래도 목련꽃은 피었다동백꽃 피고 수양버들
햇볕 흥건히 고이는 자리마다부풀어 오르는 봉긋한 가슴 들마디마다 차오르는 꽃망울 만삭이다산의 숨소리 들으며노란 생강나무 꽃 위에 얼굴 바싹대고 향기 삼키며 부끄럼 같은 미소 지어보는 봄의 유혹아무도 탓 하는 이 없는 자연과 입맞춤첫 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 설렌다물오른 나뭇가지 오가며고운목청 돋우는 새들의 노래상수리 나무 우듬지 터 닦으며 부산하게움직이는 까치 떼 온 세상 펜데믹에 휘둘려도 회귀하는 자연 다시 태어나기 위해 안간힘으로땅을 부여잡는 연두 빛 숨결 사방에 꽃향기 진동 할 일만 남았다약력충남 당진출생, 한국방송대 국어국
바람에게도 어떤 사유思惟가 있으랴바람은 언제나 나뭇잎을 흔들거나 깨워야 제 구실이듯 꽃을 열매를 맺어야 속이 시원하겠지잘 있느냐 흔들어 깨우고비와 함께 혀를 물고 흔들고가을단풍 흔들어 못살게 굴다가 떠나니허수아비처럼 멍하다 바람, 바다와 지속한 약속이라도 한 듯태풍이 되 안면을 싸악 바꾸고 축대를 해안을 허물고 섬을 떠난다바람은 멍청이, 사나운 야생짐승도 산새도 해지면 잠드는데 시도 때도 모르고 자연과 벗하지만 리모콘에 붙잡혀 논리를 캔다 잠도 없고친구도 없는 철없는 바람결코로나19나 몽당 안고나 떠나지별빛을 달빛을 아는지 지능지수
오늘따라 6인실 병상이 요란하다간병하는 여사님 손길이 분주하다85세 입원환자 분 퇴원하시는 날등허리에 짊어진 수많은 억겁의 세월 혼자 다 감당하신 것 같다.자신도 못 지키며 누구를 위해 그토록 헌신하셨을까등허리에 근육이란 건 찾아 볼 수 없고 팔과 다리 장작더미처럼 말라버린 시간들 훌훌 털고 일상으로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양병원으로 가신다한다대학병원에서는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나봐퇴원하시는 뒷모습이 민들레 홀씨처럼후 불면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은 몸짓그 모습을 보는 순간 부모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울컥해진다따뜻한 봄날 만개한 꽃처럼
마구 쏟아지는 빗줄기 따라마구 쫓아오는 봄 소녀봄비가 그리 달았는지한 입 머금고 참지 못해 터트려 피는 봄꽃 소녀더할 수 없는 해맑음이다모교 뒤뜰에 핀 하얀 소녀 목련도봄비로 목욕하니 백옥이다천사의 흰 블라우스다 온 몸이 개운하여 빙그레 웃는 얼굴들 햇살 한줌 눈이 부시다. --------------------------약력순성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월간 「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 데뷔, 공저시집 『서랍 속에 시간』『詩로 꽃이 피다』 당진온누리합창단장. 당진환경운동연합회원, 당진시인협회원.
등잔불처럼 어두움을 밝혀주는깊숙이 자리한 마음의 우산노년에 잡힐 듯 희미한 기억의 씁쓸함은가끔씩 들르는 고향의 향기바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마음을 바로 세운다.신 새벽 찬바람을내 안에 시詩로 담아낼 그 길‘01 월간 ’문학공간‘ 신인상「매월당문학상」'10 「문예사랑」신춘문예 당선 시집 『벽에 걸린 세월』'20 『아버지의 쟁기』‘20충남문화재단 수혜〉외 다수(사)한국문인협회. 충남시인협회, 충남문인협회 감사당진문인협회원당진시인협회 기획이사
먹구름 따라온 자리마다 물방울이 풀잎 건들며 일어선다어딘가 쏟아질지 모를 심산푸른 숲이 손 벌리고 있는 산자락마다서로 손 잡고 기다리며 멈춰있다손바닥 안에 잡혀 있는 계곡 사이숲을 쓰다듬으며 긴장을 알리는 바람서쪽에서 몰려오는 먹구름 뒤로서걱대며 몸단장을 하는 푸른 대나무 숲햇살에 외면당했던 구름 냄새라든가먹구름에 슬픔을 저당 잡힌 빗방울의 기분이라든가그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 없었고여름의 내력은 오래도록 지루하게 버텨 왔다소슬바람 담벼락 귀퉁이 간질이는 날이면나무는 동쪽으로 팔을 뻗고 눕는다외로웠으므로 편지 몇 통을 더 뜯어 읽는
미명의 문을 열고아무도 모르게 내게로 와서너는한 송이 꽃이 되었다밤이면밤마다비밀한 창문을 열고살포시 다가와별빛처럼 아름다운 얘기로촉촉한 키스를 보내주던 너, ...어느 날내가 잠시 한눈판 사이단 한마디 말도 없이너는봄꽃 지듯 아스라이유성 따라 가버리고 말았다.약력송악읍 거주, ‘76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참여문학, 서석문학 신인상. 사)한국문협중앙위원 사) 심훈: 한국인간상록수시인, 사)학전문학관 관장, 아시아서석문학 경인지회장. 시집『그리운 연석산』외 다수. 당진시인협회원
꽃샘추위가 숨차게 달려온 양지바른 소나무 숲길에는 뾰족뾰족한 수선화 새싹이 이른 봄을 깨운다무수동 사거리 신호등 옆엔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 지나고등 굽은 노인의 생명줄 위에지난해 못다 한 겨울 이야기들이버려진 책갈피 속에 떨고 있다까칠하게 누운 꽃샘바람은무딘 손등에 해묵은 각질을 털어내고또 다시 장롱 속에 걸어놓았던패딩을 들고 집을 나섰다약력강원 문막 출생, 계간 「문학고을」 신인상 등단, ‘문학고을’ 공로상, 공저시집 『가슴으로 사는 나무』 외 다수, 순수가곡 : 이종록 작곡 『마섬에 부는 바람』 발표, 한국문협당진지부회원, 당
칼을 가지고 놀다가 손을 다쳤다무심히 침범한 칼의 경계는 섬뜩한 놀라움으로 흔적을 남긴다한참을 피가 철철 나더니 쓰리고 아프다시간이 지나면서 아픔은 덜해지고 곪고 짓무르다가 서서히 나을 것이다그리고 아팠던 기억도 상처의 흔적과 같이 사라질 것이다내 피가 붉은 것을 확인시킨 상처는 끈질긴 쓰라림으로 시간을 채우고 낫기 위해 근지러울 것이다상처는 내 경계가 거기까지라 말한다다시는 침범하지 말라고 한다.약력 『시사문단』 신인상 등단가톨릭문학회원, 한국인터넷문학상 수상시집 『상체꽃』 『커피보다 쓴 유혹』 공저 『서랍 속에 시간』당진문인협회
민들레처럼 흔하지도 않고목련처럼 빨리 지지도 않을무리 짖기보다 외로이장미꽃 나무 아래에서 차분하고도 곱게고결함을 뽐내는 수선화 네댓 송이다른 잡초들과 경쟁하지 않으며 깔끔한 처신으로노란 금잔을 받침에 담아 내민다.많은 것이 으뜸이 아니요크다 하여 좋을 것 없다는 듯이목만 길게 빼들고 자신을 크게 사랑하니 자존감만 충만하다 금잔에 담긴 사랑의 향을80도로 구부려 겸손히 흘려보내니향은 흐르고 흘러 내 집을 넘어온 마을을 덮는다.약력순성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월간 「문학세계」 신인상 등단, 국민대 신대철 교수 현대詩 특강,
우리 동네 작은 텃밭오이 한 고랑고추 한 고랑토마토 한 고랑싱싱하게 자라 유혹했다길을 지나갈 때마다 잘 익은오이 하나, 고추 하나, 토마토 하나주인 몰래 살짝 따 먹을까 하는 생각에발걸음이 자꾸 멈추어진다빨갛게탐스럽게 싱싱하게 유혹했다콩닥콩닥 뛰는 심장소리망설이다가 나도텃밭 몇 고랑 이루는작은 꿈을 꾸며 그냥 지나갔다약력본명 정숙자, ‘18계간 『문학사랑』신인상 등단, (사)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한민족통일문예제전 시 우수상, 당진문화원 주부백일장 수상, 국제계관시인한국회원(UPLI), 당진시인협회 작품활동
눈 쌓인 들판을 건너온 겨울바람의 발목이 하얗다아파트 옥상 비둘기들이겨울의 희디흰 심장을 가르며 날아간다봄이 오면 초록빛 바람이 불 것이다진초록으로 몸을 바꾸면 여름이다가을이 오면 바람은 또 옷을 갈아입는다비둘기들이 날아오를 때마다바람의 빛이 바뀌고 있다약력 시인. 홍성출생. 월간 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 등단시집: 유월의 숲 출간. 심훈당진문학상. 현 당진시인협회원
단풍 물들 즈음검붉은 연어 떼 몰려들면 남대천 강물이 터진다머슴 장작 패듯꼬리 내쳐 다진모래 산실조용히 내려놓으면야인처럼 무정한 정사빛나게 아름다운 몸짓에서 낳았다는 걸 돌아와서 알았지그 다음,가야 할 아뜩한 길까지